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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다녀와서..

큰맘먹고 지리산엘 다녀왔다.  웬만하면 겨울산, 특히나 험하고 먼곳의 산행은 안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이번 지리산은 웬지 자꾸 땡기는걸 피할수 없었다고나 할까?  거기다 1박2일의 여정이라 더욱 갈등이 심했었는데....또 한가지의 갈등을 첨부 하자면, '애는 어떡할것인가?'의 문제... 그러나, 무슨일이든 마음만 굳게 먹으면 못할일은 없다. 가 평소 나의 신조이기도 하니 일단은 대충 지르고 보자는 심보로 참가신청란에 이름 석자를 꿋꿋이 올렸다.  그래!  가는거야~!!

 

 

 



거기다 가기 전날, 반가운 사람과의 회포까지 찌인하게 푸느라 술을 안마실수 없었는데...일단, 마시기 시작한 술은 하나의 종류로 통일 될 수 없다는게 주류사회의 관습(?)이니 모...두가지 종류의 술을 짧은 시간동안 퍼마셨더니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짐은 제대로 챙겼나도 까맣게 잊어 버리고....흑~   술마시고 자는 잠은 꿀맛이다.  그렇게 달콤하게 자고 일어 났더니 3시간만에 눈이 떠졌는데...아직 출발 시간까지는 서너시간이나 남았다.   아이고, 이일을 어쩐담!  잠을 조금 밖에 못자면 분명히 피곤할텐데....하지만, 가는 시간 동안 차에서 자면 되지 멀~ 하면서 위안을 삼고....새벽부터 부시럭 거리며 짐을 싸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장소로 향했다. 

 

기다리는 버스가 있는곳으로 갔더니, 반가운 사람들이 한둘씩 눈에 띈다.  아침 일찍 이어서인지 가뜩이나 추운 날씨는 점점 뻣속 깊은곳으로 스며드는데...찻속에서 자기소개하고 고문인 박준성선생의 지리산관련 입담은 전날 3시간동안 밖에 자지 못한 덕분에 듣는둥 마는둥, 곧바로 곯아 떨여졌나보다.   그렇게 달콤한 잠을 자고 났더니 어느새 지리산 어귀에 도착, 점심을 대충 꺼내먹고 올라가기 시작!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거림매표소에서 세석평전으로 올라가 세석평전 산장에서 1박을하고 담날 아침일찍 장터목 산장을 거쳐 천왕봉을 찍고,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세석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런대로 걸을만 했다.  도상 3시간 거리(우리는 3시간 반 걸린듯..)이기도 했고, 길도 별로 험하지 않았고...

 

세석에 도착해 산장에 짐을 풀고, 저녁을 부랴부랴 해먹으면서 술을 곁들였는데...허걱!  술이 모자라는거다.  짐을 어떻게든 줄여 보려고 용을 쓴 나는 술을 챙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술까지 챙기기에는 배낭속 짐이 이미 용량을 초과 하고 있었는지도... 그리하여 아쉽게도 술은 입맛만 다신 정도랄까?  산장에서 밥해먹고 잠까지 자본게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걸 보니,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곧장 취침이다.  시간은 저녁7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이럴수가!   하튼,  그렇게 따뜻한 산장에서 잠을 청하는데...아, 정말 행복하기도 하더라.  밖은 영하 10도가 넘는 차가운 날씨와 산중턱인데도 산장안에서는 따뜻한 히터가 돌아가고 있고 그런곳에서 잠을 잘 수 있다니....거기다 바깥 하늘에선 쏟아질듯한 별들이 우리를 지켜주기 까지 하다는 생각을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ㅎㅎ

 

일찍 잠을 청했더니 일찍 눈이 떠졌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이 떠지더니 그 후론 도통 잠이 오지 않는거다.  하지만 어쩌리!  다들 곤히 자고 있는데 놀아 달라고 할 수 도 없는 일이고...담요를 덮은채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있었더니 어느새 새벽 5시다.  또다시 그 추운 산장 밖, 취사장에서 밥을 부랴부랴 해먹고, 장터목 산장으로 출발!  장터목 산장까지는 불과 2시간 남짓이었는데 캄캄한 새벽에다 무지하게 추운 날씨 때문인지 갑자기 천당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젖먹던 힘까지 내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으스름 태양이 붉게 깔리기 시작했는데...와~! 정말 웬만한 감탄사로는 표현키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경치였다.  조금 있으니 드뎌!! 해가 떠오르기 시작.  듣기에 의하면 지리산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 일출을 내가 보게 되다니!! 생각만 해도 감격스러워서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마음까지들 정도. ㅎ  하튼,  천황봉은 아니었지만 일출을 봤으니 그걸로도 대만족이었다.  일출을 장터목에서 보고, 천왕봉을 오르자니 기분이 덜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리산까지 왔는데 올라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마음으로 다시 젖먹던 힘을 내어 천왕봉에 도착!   돌로된 정상 푯말이 무색할정도로 추워서 정신 없었다는것 밖에...사진한장 겨우 찍고 하산을 시작.   내려오는길도 지리산이 주는 거대한 위용 만큼이나 험한 산새는 가파르로 힘들었다.  다행이 웬만한 겨울 날씨 치고는 춥지 않아서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헉헉 거리면서 무거운 가방을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 힘들게 중산리 매표소로 내려왔다.  내려오니 오후 2시!  이제는 식당에서 밥먹으며 술한잔 걸치고 돌아오는 버스에 타기만 하면 된다.  무사히 내려와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맙고 신기하던지...나는 또한번 나자신에게 뿌듯한 마음이 드는걸 감출수가 없었다.  전날, 세석산장에서 경치가 너무 훌륭하다고 염장질하는 메세지를 한통 때렸더니 한 친구는 '신년산행 호연지기를 길러오길...'이라는 답을 보내 왔는데,  호연지기란 말을 하도 오랜만에 들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이번산행에서는 호연지기 보다는 '고행의 삶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는 진부한 삶의 철학을 다시금 깨닫고 왔다는것이 더욱 큰 소득인듯 싶다.  지리산의 장관이고, 일출이고, 뭐고 힘든 산행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안아픈 곳이 없는게 역시나 지금 나는,  기운 펄펄한 20대가 아니란거다.(나이하고 상관 없기는 하지만서도..쩝~)  무지하게 고생하고 무지하게 춥고, 힘들었던 지리산행 이었다.  아흑~  온몸쑤셔! 

 

*그러고보니, 같이 간 산오리랑 사진 한장 못찍은게 아쉽네~ 쩝.....거기다, 오기로 한 리우스가 오지 않아서 무지하게 섭섭!  하지만, 민첩하고 성질급한 산오리덕에 꼽사리껴서 밥은 제때(?)에 잘 먹었음..ㅎㅎ 감사!!  

 

<사진 몇장>

 

▲태양이 바로 뒤에 있어서 내 모습은 보이지 않음..

 

▲장터목 산장에서 일출을 정면으로 하고 한컷!

 

▲이거 찍으려고 그 고생을 했던가 싶은게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군.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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