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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며칠째 계속 비가 오더니 오늘 그쳤다.. 비가 그치고 난 후엔 온도가 더욱 내려갈것이라는 예측은 보란듯이 빗나갔고, 평소와 다름 없는 아직 여름의 기온이 남아 있는 9월 초순이다.  시간 개념을 될수 있으면 안가져보려고 애를 쓰는데, 나이 먹을수록 그 개념에서 점점 자유로워지지 못하는것을 느낀다.  물론, '나이먹음'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는 아니겠지만...

 

그 어떤 물리적인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생까면서 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하루하루 꺾이는것은 왜일까?  이루어 놓은것도 없고, 이루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시간이 가고 있음을 한탄하는것은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내가 제일 좋아라 하는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 죽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다고 잠을 줄이는짓은 술을 끊는것 보다 못할짓이지만....

 



그렇게 아까워 하면서 그 시간 아껴서 정작 제대로(?)쓰고 있는지는 모를일이다.  단지, 나의 몸은 모든 일이 발등에 떨어져야만 움직여진다는것.   그리고 지나고나서 아깝다고 땅을치며 후회하는것... 어쩌면 지나고 난 일은 다시 기억하지 않고 싶다는 심리가 너무 크게 작용하고 있는건 아닌지... 금방금방 까먹고 생까는게 특기인 나는,  어쩌면 치매가 빨리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까지 한몫 하고 있는지도...


거의 20여년만에 중딩동창들을 만났는데도 너는 여전하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뭐, 크게 나쁘거나 좋은말은 아닌것 같으면서도 긴 시간의 '공백'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게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그랬지...'라는 서두로 시작해서 쏟아낸 수다들, 맞장구 치며 깔깔깔 웃으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그녀들이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고나 할까?  특별히 다르게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이 시대는 진보하고 있지 않다는걸 뻐아프게 느꼈다.  아직도 철저하게 사회에서 배제 당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이름,  그리고 거대한 성차별 이데올로기인  '모성'이거나, '아내'라거나 하는 감투들...학교 다닐때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졌던 아이들인데...뭐 나역시 별반 다른것은 없지만...누구는 그러더라고,  인간의 의지보다 무서운 것은 '성실함'이라고..하지만, 설마 성실하지 않아서 대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건가? 그 말도 안되는 이 시대의 차별 이데올로기라는것이??


어쨌든,  총알처럼 흐르는 시간에서도 자유로워져야 살만큼 살았다는 말을 맘편히 내뱉기도 한다는것을 알았다.  맨날 발 동동 구르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을 모레로 미루면서 사는 짓은 좀 그만해야지 싶다.  그렇다고 그 모든 인생의 굴곡을 시간에 맡기며 허벌렁하게 살수도 없겠지만... 더구나, 인생의 반을 살았다고 하면서 거만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오히려 원숙한 인생의 美는 저 들판에 익어가는 벼처럼 고개숙여 질수록 빛이 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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