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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 키우며 쓰는 일명 육아 일지 비슷한 글들이 참으로 많다. 일일히 덧글 달지 않아도 그 글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저렇게 하고픈 말들이 많으며 어떻게 저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들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싶고...한편으론 나에겐 지나간 일이라고 되게 요란 스럽게도 키우는군!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 나는 아이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 다아~~ 까먹었다. 물론 작은 에피소드 같은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딴거 시간 지나면 잊어 먹기 마련이다. 아이 어릴때 백만원이 넘는 영어 교재며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버스며 전철이며 불사하고 돌아 다녔다. 힘들어도 혼자면 혼자, 같이면 같이.. 아이에게 '많은걸 보.여.주.어.야.한다.'라는 사명감에 불탔을 때니까..
그런데 크면서 보니까 애들은 그때 공들인거 하나도 모른다(나 같아도 어릴때 어디어디 놀러갔었고 그런거 별로 기억 안난다). 물론 그 당시당시에는 정서 발달이며 뭐며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시간 지나고 보니 허무하기만 하고 힘든거 생각하니 좀 억울하단 생각도 든다. 부모가 미친듯이 자기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고 반성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어쩌고 하면서 키운다는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딱 하나 나의 심장을 울린것은 아이가 커가는 단계단계에서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경이로움'이란게 있다. 그건 정말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한 단계 한 단계 지나가면서 달라지는 행동과 말 그리고 대꾸 거기다 더해 감정까지... 이건 사람으로 태어나서 받는 유일한 축복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건 경이로움을 볼 수 있으며 즐길 수 있으랴...딱 그거 한개다. 사람을 키우면서(어느 누구도 키워주는건 아닌것 같다. 그저 천천히 더불어서 성장하고 있다는게 맞는말 아닐까? 나의 주관적 파단일지라도)가 아니라 사람이 커가는걸 보면서 느끼는 엄청난 '신비감'이란것은..
그런데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도 변함없이 드는 생각은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물론 각자의 패턴에 따라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움직여야 하는 모든것의 '중심'에 아이가 있다. 모든 일정을 거기에 맞추어야만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눈치보며 신경써가며 해야 한다는것에서 나는 아직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일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생긴 일이다. 남을 배려하는 차원하고는 다른것 같다. 남이야 배려하면 좋은거고 배려 안하면 욕이나 먹는거고 그런거지만 아이하고는 그게 안된다. 배려하지 않으면 바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완전히 도닦는 기분으로 하지 않으면 나는 곧바로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이다(실제로는 아이를 배려 하지 않고 내 맘대로 한적도 많이 있지만, 예를 들어서 술집에 가서 아이는 팽겨치고 술을 마신다든가, 회의때문에 아이를 데리고가서는 혼자 둔것 등등).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을때도 너무 많다..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을 바라느냐? 고 종종 말한다. 그렇다, 아이와 같이 살면서 내 뜻대로 커주기를 바라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될때가 더 많고 또 쏟아부은 공(??)에 대해서 보상 받고 싶은 심리는 있다.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일단은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아이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자꾸자꾸 아이에게 또는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게 되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우울해 지게 된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다는게 이렇게 어려운건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버리고 쏟아 부은 들 아이의 인생은 엄연히 독립적으로 존재 하는 것이다. 역시나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독립적이며...그래서 아이가 잘 되고 못되고 혹은 착하거나 아니거나 똑똑하거나 아니거나의 원인은 '부모'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집안의 내력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것도 우습고 가정교육이 어쩌고 하는것도 그닥 신빙성이 있는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부모가 뭘하길래...라고 하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아이는 멍들어 가고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멍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나는 아이에 대해 애정이 넘치기는(과연 넘칠까??) 해도 그걸 그닥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람들에게는 더욱 말을 안하는 편이다(난, 어느 누구라도 팔불출은 꼴불견이라고 보기 때매). 이미 신비감이 철철 넘치는 시기가 지나가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어릴때는 누구든지 내 아이가 제일 똑똑하고 제일 예뻐 보인다는 그 소리! 나도 엄청 들으면서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좀 냉정해 졌는지도...그런데 왜 남들의 유난스런(??) 꼴을 보면 괜히 베베 꼬일까? 아직도 덜 냉정해서 인가?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애가 당신 인생 절대 책임 안져준다, 그러니 넘 쏟아 붓지 말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라고...
그래도 나 같은 철부지가 애 하나 키우면(아니아니 같이 살면서)서 여러가지로 배워가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는 더욱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쳐대겠지만...우리는 인생을 주체적으로 한번 살아보자꾸나..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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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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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키우는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것.. 공감 100% 입니다.부가 정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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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나도 더불어 키워지고 있는지도 모르죠..애한테서..ㅋㅋ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