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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과 오른손??

산오리님의 [1만원 다툼...] 에 관련된 글.


갑자기 산오리의 글을 보니 나도 설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뭐, 딱히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 차례를 지내고 당연히 친정에 인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갈 채비를 하는데 남편은 안가겠다고 버팅기고 있다.  그래서 왜 안가냐고 하니까 이유는 제대로 말도 안하고 무조건 안가겠단다. 나는 속으로, 가기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 가는것도 그렇지만 정말 자존심이 상하네, 이거! 도대체 우리집을 뭘로 보고 말야!! 이랬는데...하도 강력하게 안간다고 하길래, 또 한번 속으로...'입장이 바뀌어도 완전히 바뀌었군! 남들 같으면 며느리 들이 시댁에 안간다고 버티면서 옥신각신 한다는데 우리집은 사위가 안간다고 버티는 집이라니...ㅠㅠ 그래, 며느리들 입장에서 보면 사위라고 억지로 갈  필요는 없겠지..' 하면서, 그럼 알아서 해라! 애하고 나만 다녀 올테니...하고는 집을 나섰다.  들고 갈 물건도 있고 해서 이럴때는 같이 가는게 그나마 내 몸이 편해지는데...궁시렁궁시렁~ 하며 친정에 도착했다.  애 아빠는 왜 안왔냐고 묻는 말에 좀 쪽팔리기는 했지만 사실대로 말하니까 (친정)아빠는 당장 전화를 걸어서 술한잔 하게 빨리 오라고 하신다.  결국 그 전화를 받고 마지 못해 친정으로 오게 된 남편...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취하기 바로 전에 집을 나섰다.

 

나는 또 속으로, '야! 올거면 그냥 오지 뭐하러 그렇게 버팅기고 난리냐?? 아휴~! 정말 내가 언젠가 꼭 복수하고 만다!' 이러고...

 




할일 없이 뒹굴 거리고 있는데 남편 핸드폰으로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려서 열어 보았다. 그랬더니 '용돈줘서 고맙다, 잘 쓸게..매사에 조심하고 복 많이 받으소...'라는 말이 들어 있는거다. 이게 뭔 소리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나 몰래 아빠에게 용돈을 주고 온 모양이다. 허억~!  줬으면 줬다고 그냥 말하면 되지 그게 뭘 못할말이라고 숨기고 그러는지...내심으로 참 이해 못할 일이기도 했다. 헌데, 다시 생각해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남자들의 속성이 다 그런지는 몰라도 꼭 대단하지도 않은 것 까지 숨기고 말 안하고...일부러 그러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별로다. 은근히 자신들만의 권력을 드러내는것 같아서 역겹기도 하고...

 

그런데 조금 좋게 말해주면 자고로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그런 취지라면 초큼 이해가 간다고는 해도... 이번 일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것 같다. 안 좋은 일이면 모르지만, 나쁘지 않은 일을 왜 숨기고 그러는지...

 

또 한편으로는 '네가 내 깊은 속을 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 지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종의 권위의식이다. 그리고 친정에 안가려고 한건, 어쩌면 가게 되면 드려야 할 용돈을 아끼려는 수법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하니 더더욱 괴씸하기만 하다.. 시댁이 없었기에 망정이지...시댁이 있었으면 나도 보란듯이 복수해 주었을텐데...

 

하튼, 명절은 이래저래 피곤한 날들이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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