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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곳곳에는 언제나 자기도 모르는 딜레마와 함정이 존재 한다. 우리는 그것을 느낄때와 그렇지 못할때 심한 혼돈을 경험하며 그 혼돈에서 빠져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다. 누구한테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인데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이라도 하고 산듯,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 나면 정말 당황 스럽다.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난 잠시도 참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차마 그렇게도 못하고 혼자 답답해 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그러기를 며칠, 원래의 버릇을 누르지 못하고 털어 놓긴 했는데, 그건 털어 놓았다기 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혹은 남의 일인냥 사건을 간단명료하게 전하기만 하는 뉴스 정도의 수준이었다. 내 속은 정말 뭐라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망하고 황당 그 자체 였는데...
사건을 이곳에 쓰기도 뭐하다. 중요한건, 그 사건이 생기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부모자식은 절대로 그것이 역지사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올해 화두는 '역지사지'이다. 아직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려고 조금, 아주 조금씩 연습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왜 부모자식의 얘기가 나왔을까? 나도 자식을 두고 있는 사람이지만 내 행실을 보면 내 아이가 나같지 말란법은 없을거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식의 입장이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미리 해 놓는다. 혼자 있는 부친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참 가엾은 사람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무겁거든 차라리 그 방법을 택한것이 잘한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냉정한 생각이 드는 건, 그의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도 역시 등에 짊어진 것이 무거울때는 종종 상상하는 일이니까.
살 만큼 산게 아니더라도 버거운 삶을 종결할 선택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매우 차갑고 이성적인 논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조금 객관적이고 질척거리게 보면 자식이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을법 하다. 그렇다, 난 그니 덕분에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다. 허나,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서 의지대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 내 앞에는 내 목덜미를 쥐고 흔드는 것도 너무 많다는 얘기다. 누구나의 삶은 처절한 법이니까. 만약에 내 앞에 놓인것이 가벼워지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난, 내 옆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와 그것을 나누고 싶다.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았고, 허덕 거리며 살고 있는 부친의 삶에 끼어 들거나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조금 찔리기는 했지만, 또 시간이 흐르니까 내가 힘들고 외롭고 지쳤을 때 위로 받고 힘을 받는건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지 부친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부친으로 부터 어떤 위로를 받아야 겠다는 상상도 안했고.
자, 인간은 이렇게나 이기적이다. 더구나 온 사회가 똘똘뭉쳐서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며 거기서 부터 모든게 출발하고 그것이 제대로 안되면 모든것이 망하는 것 처럼 과대선전을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나, 과연 가족이란것은 얼만큼 개인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까? 어려서부터 자기주도적으로 공부 하는걸 습관화 한 아이들은 학교 공부가 적성에 맞지도 않고 학원 같은 곳에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주도적으로 사는 법,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알기까지는 도대체 누구의 공이 얼마나 큰 것일까? 이것들의 해답은 나의 경험으로는 "없다."가 맞다. 어떤 삶의 방식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르며 만약에 정답이 있다고해도 그것은 누구로부터 배우거나 학습된것이 아니라 오로지 어느날 운좋게 '필'이 왔고, 그 필에 이끌려 재미를 느꼈기 때문일거라는게 나의 추측이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나는 모른다.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어차피 인간 자체는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업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그것을 최소화 하면서 사는 방법은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고, 그 방법이 혈연이든 아니든은 중요한게 아니라는 말. 그러므로 제발 가족 어쩌구, 혈연이 어쩌구, 배우자가 어쩌구 하면서 내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함수는 어딘가에 있고, 그 함수를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면서 사는게 오늘 하루 24시간이다. 따라서 나에게는 부친이지만 부친에게는 그의 삶의 과정일 거라고 믿는다. 잘되든 못되든 끝까지 살아 보는게 좋지만....
기분이 신숭생숭한 걸 숨길수가 없어서 결국 친한 지인들에게 남의 일 얘기하듯 털어 놓기는 했는데 당장 달려가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으므로. 그 입장에서 그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나라도 그럴거야. 만약에 죽으려다가 실패로 끝나면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을것 같다. 쪽팔려서라도...
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하루가 짧다고 느끼며 잠이 들었다. 물론 난 아직 임금노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너무나 하고 싶은게 많은 걸 어쩌란 말인가. 시간이 부족하다. 잠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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