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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

귓가에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있다. 판소리.... 사실, 정확한 발음이 들리는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했던 청력검사의 최종 결과는 이비인후과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두귀는 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 문제는 뇌의 신경세포가 파손이 되어 복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하튼, 그러한 결과를 내 오기까지 이런저런 검사 받고 시간 빼고 하느라 좀 귀찮고 피곤하기는 했는데 원인을 정확히 알고 나니 더이상 기대를 안해도 돼고 궁금증도 풀렸다. 그리고 최종 처방은 듣는 훈련을 많이 하라는 것. 또 하나는 뇌세포가 더 죽지 않도록 비타민을 많이 섭취 하라는 것. 그래서 처방전은 비타민C,E가 함유된 약물 이름들..

 

FM93.1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이 일 저 일을 하는데 정작 해야 할 일(세미나 자료 읽기)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좀 볼까 하면 페이스 북에 들어가고, 좀 볼까 하면 지저분한 냉장고 생각이 나서 열라 청소하고, 또 좀 있으면 옥상에 널어 놓은 빨래 생각이 나고... 하튼, 집에 있으면 집중이 안될뿐더러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나서 안되겠다. 내일은 도서관엘 가야지. 공부하는 모임에 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돼서 덜컥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발제물 받고 읽을거리가 쌓이니까 왜이렇게 하기가 싫은건지.... 가뜩이나 햇빛 찬란한 봄인데...지천에는 서로 잘났다고 꽃들이 만개한데...여전히 나는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여기에 그냥 있다.

 

사람은 바쁘게 살아야 생동감이 넘치고 사는것 처럼 느껴진다. 나도 그랬는데...한눈 팔 시간이 생기면 너무 무기력해지고 쓸데 없는 생각만나고 옆사람만 괴롭히게 된다. 머리속에 있는 밑그림을 하루 빨리 실행해 옮기고 싶지만 밑그림은 어디까지나 밑그림인지라 어디서부터 색칠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배치를 해야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돈을 벌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일은 아니라는 힌트를 얻었다. 고미숙의 돈의 달인 호모코뮤니타스를 보면서. 화폐경제가 주류를 이루는 지금의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과 행복의 비결, 또는 공동체의 중요성, 증여의 중요성 등등에 대해서 얘기 하는데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비슷하더라는 것. 한가지 자신 없는 건, 개인생활의 보장. 그거야 내가 알아서 잘 통제 하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나른함의 구덩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내 체질엔 정말이지 맞지 않는 따분한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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