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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부

역시 블로그에 오기가 쉽지 않다. 하는 일 없이 왜 시간이 안나는지 원. 너무 산발적으로 움직이나보다. 아님 시간관리를 못하고 있던가.

 

당에 가입하고나서 얼떨결에 지역 대의원을 맡게 되는 바람에 '당대회'라는 무시무시한 의결 기구에 참여했었다. 2년전에 당대회라는 것에 첨 참여했을땐 약간 짜릿한 뿌듯함도 느끼고 그랬는데 두번다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안건을 처리 하는게 힘 들었다. 그래서 다시는 대의원 같은 거 안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연임이 되고 말았다. 올해는 중요안건이 많아서 당대회를 여러번 했는데 그때마다 참석해서 표결을 해야 한다는 게 참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당 활동이 꽤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을 뿐. 한번 당대회 할때마나 어찌나 의견이 분분하고 자기 말이 맞다고 외쳐 대는지 마치 초등학교 학급회의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큼 내 눈엔 유치하게 보였다.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몇시간 동안 질질 끌고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9.4 당대회는 그나마 빨리 끝난 편이다. 난 그걸 치루면서 생각했다. 이런 것도 인생공부지. 내가 언제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 앉아 표결을 해보고 잘난 사람들의 피튀기는 언쟁을 들어보겠어, 하면서. 난 통합을 바랐다. 내년에 있을 중요한 선거를 위해서나 찢어진 진보정당이 힘을 모아야 일반 국민들이나 대중에게 할말이 있을 것이고 정권을 밀어 낼 세력이 커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렇지만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다. 일단은 뭉쳐야 한다는게 현 시점에선 가장 중요하니까. 그러나 당에는 여러 분파들이 있었다. 나는 자세히 모르지만 어찌됐든 내가 보기엔 똑같이 정파 싸움이나 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디 있다고.

 

통합이 부결되고 나서 허탈한 기분으로 여러날을 보냈다. 당에 대한 애정이 큰것도 아니고 내가 뭔가를 맡아야 될 입장도 아니지만 그래도 잘되기를 바랐는데. 조대표가 사퇴 기자회견 하는 걸 보니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고생한 중앙당 당직자들이 하나둘 사표를 던지를 보니 씁쓸하기 그지없고. 이제 나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우리 당협사람들과 얘기한 결과 조금만 추이를 지켜 보자고 한다. 어쨌든, 별거 아니지만 역사의 한 장면을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 보았다는 건 훌륭한 인생공부 였음이 분명하다.

 

새 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다되간다. 지난번 일과 비슷한 일이지만 역시 호흡을 맞춘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60줄 다되가는 센터장과 일을 하는데 아무리 이해를 하고 맞춰주려고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할줄 아는게 없어. 하다못해 인터넷뱅킹도 안해봤다고 물어보지를 않나, 공인인증서 만드는 것도 몰라서 헤매고, 워드는 물론 워크넷에 사람모집 하는 것도 할 줄 몰라서 허둥지둥 대고 있다. 그렇다치고 일단 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이니까 배울게 있겠지. 성질 죽이고 굽신대는 건 못하겠고, 잘 못듣는 나한테 맞추느라 그 사람도 힘들텐데 이해 하고 애쓰는 모습에 점수를 주고 있다. 적반하장인가?

 

이래저래 산다는 건 배움의 연속이고 고달픔의 연속이다.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는 걸 또다시 실감하면서 사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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