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막바지 가을에서 생긴 일, 두가지..

제목만 보면 뭐 대단한 일이 벌어진것 처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큰일은 아니었다.

 

1. 정양의 숨은 매력을 발견~!

 

누군가 내게 가벼운 말로라도 부탁 내지는 어떤 '초대'를 해주는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도 쓸모가 있는 인간 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오래간만의 '환기'

가 되기도 하니깐..

그니깐 며칠전 정양이 언뜻 던진 '산오리랑 선릉으로 함 나오셈~'

이라는 덧글을 보고 뭔 일인가 싶어 그의 블로그를 찾아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흥미 진진한 잔치(?)가 예견되어 있었다.

 

 

 



가을이 저물어 가는 어느 저녁 날, 마실가는 마음으로 나간 강남의 대로를 지나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한끼한잔>이라는 술집에 간것은...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입구에선 정양이 너무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랜만이라며, 정말로 반가운 표정으로 환영하는 그 에게선 발갛게 물든

단풍잎 만큼이나 색이 고운 어여쁜 모습이다.

강남구 지구 당원들을 소개 해 주고 합석을 하며 맥주 한잔을 시켰지만 당근

나는 소주로 바꿔치기 하곤 홀짝홀짝 잘도 마신다. 무대에선 어느새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노랫소리에 소개 외엔 어떤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던 분위기 인지라 무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싱어가 바뀌었다. 

그런데, 아.......정말 놀라워라~!! 여기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 탄생한다.

정양! 정양이 마이크를 잡고, 잡고......(원래 '재복날다' 밴드의 멤버 였단다.)

불러 제끼는 노래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거의 흥분의 도가니 속이었다.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쩝~)

환호, 탄성을 뒤로 하고 '불나비'를 부를땐 거의 일어나서 호응해주고...

 

두어시간 노래속에 빠져 혼자 술마시며 공연까지 보는 일석이조를 맘껏 즐기다

일어섰다. 이미 술은 오를대로 오른지라 집에나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낼 새벽엔 산에도 가야 하는데, 이러다 또 못 일어나는건 아닌지..

긴장의 긴장을 하며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암튼 별 생각 없이 마실 갔던 셈 치고는 꽤 두툼한 수확을 하고 왔다.

정양이 꽤 멋있다는걸 다시 알게 된 일대의 사건!! ㅎ 

 

2. 막바지 가을이 준 선물~!

 

어젯밤 술을 그렇게 마시고는 뻗었던 탓인지 알람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먹을거라고는 겨우 냉동실에 있는 떡이나 몇점 챙기고

창밖을 보았는데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다. 제법 많은 양이 오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등반대장에게 전화부터 때려보고 간다고 하여 부랴부랴

시청으로 갔다. 6시 30분까지 모이는 시각에서 10분정도 늦은 셈이고..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붓한 산행이 될것 같다.

사람들 기다리며 눈이라도 부칠겸 앉아 있는데 누가 옆구리를 툭 친다.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반가운 산오리!! 선릉엔 못오고 산에서 보자는 메세지 명중이다.ㅎ

산오리가 사온 김밥을 한줄씩 먹으며 출발~! 전주 모악산으로!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같이 온 일행들은 비옷을 꺼내 입고 드디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담하고 운치가 좋은 산이다. 초입부터 가파르지도 않고, 마침 가을의

끄트머리여서 인지 낙엽이 푹신하게 깔려 있었고, 빨간 단풍이 매달려 있는 나무들을

보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진을 박을까 했더니 이런 왠걸~ 아침에 너무 부랴부랴 나오느라 카메라를 미쳐

챙기지 못했다는 것.. 젠장~!! 하지만, 산오리가 있었다.  대략 예쁜 경치 나오면

알아서 서라고 하며 찍어주는 산오리의 배려에 속으로만 감탄을 하고..고마웠다.

 

막바지 가을 경치라 정말 정말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이 많았다.  날씨가 안 좋아

오르는 내내 안개와 구름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촉촉히 젖어 있는 낙엽과 단풍잎은

나름대로 너무 아기자기 하고 예뻐서 하마터면 이런걸 못보고 올 가을 다 보낼 뻔

했다는 안도와 행복이 그칠 줄 몰랐다고나 할까?

 

산에서 내려와 들른곳은 '금산사'이다. 말로만 듣던 미륵사지 3층 절을 보고,

전문가로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내게 보이는것과 들리는것은 오로지 가을 나무와 무지무지 컷던 절의 풍광이었다.  그래서 역사는 봐야만 하고, 보지 못한것은

기억에 남기도 힘들며, 공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학교때 유난히 싫어 했던 역사가 요렇게 재미 있는건지, '역사와 산'을 다니면서

새록새록 알아 가는 즈음이다. 언제나 새롭기만 하고...

 

서울로 오는 길은 예측대로 정신이 없다.

오후 4시 이후로 친구 집에 있어야 할 희연이 때문에 마음은 급한데

버스 전용 차로 마저 단풍놀이에 갔던 차량들로 밀리고 밀리는 바람에

속력을 내지 못하고...휴~~ 타는 가슴이여...

 

서울 도착후 정신 없이 뛰어 집에 오니, 애는 태연하게 아빠하고 티브이를

보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애 보느라 출근을 안한 모양..

그러면 그렇다고 전화라도 해주지 그저 묵묵부답인 저 작자, 너무 얄미운 사람!!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왔는데...빌어 먹을~!

 

하튼, 이제 가을은 간다.  미련 없이 보내도 되겠더라.... 

 

 

뱀발-->방금 산오리에게서 사진이 왔다.(따끈따끈^^) 첨부~!

 

실제 단풍은 저거 보다 훠얼씬~!! 빨갛고 예쁨..

 


요기가 정상인데, 웬지 허전하군..

 

저 낙엽을 보라~! 너무너무 운치 있지 않소??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인데, 촛점이 흐렸넹..)


요건, 뽀오너스~! (점심때 술마시고 얼굴 벌개진 산오리!  그래두 기념으로 한장!! 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