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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7
    현실세계에 뜬 팝업창(지하철 광고)
    와라

현실세계에 뜬 팝업창(지하철 광고)

현실세계에 뜬 팝업창

광고는 텔레비전이나 웹사이트 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상점가에 있는 간판, 거리 게시판과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포스터, 플랜카드도 모두 광고다. 그것들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틈새에 파고들어 모든 균열들을 봉합한다. 도시속의 삶은 그렇게 여유를 잃어간다. 이 광고들이 지하로 스며들고 있다.

 

<노량진 전철역>

지하 공간은 순도 100% 인공물이다. 이 공간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순수한 자본주의적 욕망의 표상인 광고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광고에 길들여져 자극적인 것에 점점 둔감해진다. 둔감함이란 사물의 차이에 대한 마비 증세이다. 반면 광고는 자신을 다른 것과 더욱 차이나는 것으로 전시하고자 한다. 그것들은 관심받고 싶어한다.

<서울역 지하철 내부>

몇 년 전부터 도시를 휩쓸고 다니는 ‘랩핑(Wrapping)'광고는 그러한 광고의 욕망을 잘 보여준다. 건물이든, 교통수단이든 가리지 않고 그것들을 포장해 버린다. 광고는 자신을 자극적인 것으로 제공하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때로, 혹은 자주 시각적,촉각적 불쾌를 유발함으로써 도시형 공해가 되어 버린다.

 

<지하철 랩핑 광고>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과 같은 화면 속 세상이 인위적으로 구성된 가상의 공간임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이제 가상은 화면 밖으로 나가 현실 세계마저 덮어 버린다. 현실 세계는 가상에 의해 덮여 버리고, 또 하나의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가 된다.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는 현실세계를 포장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증식해나간다. 인터넷에서 팝업 창을 띄워 광고를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듯, 스크린 밖의 공간에서도 광고는 창을 띄우듯 자신의 서식지를 만들어간다.

 

<스크린 도어 광고>

몇해 전부터 서울의 몇몇 지하철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고 있다. 스크린 도어는 자살이나 사고 방지 등 안전상의 이유로 설치되고 있는 시설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스크린 도어는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크린 도어가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은 삼성역, 강남역, 교대역, 신도림역, 광화문역 등 광고를 보고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 즉 광고가 직접 소비로 연결될 수 있는 지역이다. 스크린 도어가 한 창 설치되고 있을 즈음 한 신문에서는 “1~4호선 구간 중 최근 6년간 인명사고가 5건 이상 발생한 9개 역중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은 한 곳도 없다”고 밝힌바 있다. 스크린도어는 광고 접근성이 뛰어나고, 호소력도 강하다. 역사 내,외부는 사람들이 이동하며 광고를 스쳐가는 공간인 반면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곳은 이동이 중지하는 멈춤의 공간이며, 시선이 머물 곳을 찾아 방황하는 - 사방이 막혀있어 외부의 풍경이 없는 -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도어는 현실 공간에 띄어진 광고의 팝업창이다. ‘팝업차단’ 기능조차 없는 현실 세계에서 이 창들의 범람은 꽤나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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