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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사태와 비정규노동자>

*이 글은 충북참여연대 소식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랜드 사태와 비정규노동자

김남균 -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아흔 아홉가지의 차별에 울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을 이야기 할 때, 현대자동차 비정규노동자를 많이 언급하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걸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건다고 하죠. 즉 하는 일이 똑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똑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60% 정도만 받습니다. 이 뿐일까요. 작업복도, 장갑도 각종 안전장비도 정규직노동자들이 입다 만 것이 지급된다 합니다. 복리후생은 언감생심이고 명절날만 되어도 선물꾸러미가 차이가 나죠.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창원에 있는 어느 기업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사업을 하면서 첫 번째로 요구한 것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도 ‘통근버스를 이용할 권리’를 허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 쪽박난 노동시장

신탄진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회사가 있습니다. 작년 약 70명의 실업계 고교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들 중에서 절반 가량은 신입사원으로 채용되었겠지만,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죠. 그 70명중에 딱 한명만 정규직으로 채용이 되었다 합니다. 딱 한명, 이 아이에게 무슨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을까요. 이 아이가 일하는 도중에 손가락이 잘리는 산재사고가 발생했던 겁니다. 회사는 이 산재사고를 책임지는 방법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죠. 그랬더니만 공장에서는 ‘정규직이 되기위해 손가락을 자른 지독한 아이’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합니다. 이것이 전체노동시장의 60%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현실에서 벌어지는 살풍경입니다.


차라리 아니 한만 못한 ‘비정규보호법’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그리고 취임이후에 ‘비정규노동자들의 눈물 만큼은 꼭 닦아주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적이 있죠. 어찌되었든 비정규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이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차별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그냥 덮어두고 갈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눈물을 뒤로 한채, 이상수 노동부장관, 한국노총 이용득회장, 그리고 경총회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지금의 ‘비정규보호법’이란걸 합의했습니다. 이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대략 이렇드래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는다. 차별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를 통해서 구제하겠다.”, “기간제 노동자는 2년이상 사용할수 없고, 2년이 경과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여야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그리고는 슬쩍 파견 허용업종을 기존 26개에서 150여개로 확대하는 시행령을 지난 6월에 통과시켰습니다.

저희들은 경악했죠. 이 법이 시행되면 이땅 비정규노동자는 엄청나게 급증할 것이고 비정규노동자들의 대량 집단해고가 발생할거라고 말입니다. 왜냐구요. 가뜩이나 아웃소싱이라는 명목으로 위장도급해서 맘껏대로 비정규노동자를 쓸수 있고 하는데 어떤 사업주가 ‘2년 지났다고 정규직으로 고용할꺼냐’는 의문이 있고요. 파견범위를 150 여개로 확대하면서 아예 그나마 비정규직이라는 직접고용 형태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는 것이죠.

이랜드 사태! 비정규보호법의 허구가 완벽히 드러나다!

나쁜기업 홈에버! 여기서만 지금까지 천명이 넘는 비정규노동자가 해고됐습니다. 이들이 누군가요. 월 79만원 받고 일하는 아줌마 캐셔 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리가 퉁퉁버도, 오줌이 마려워도 갈수가 없어도(그래서 80% 이상이 방광염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친철한 미소이외엔 표현방법이 없는 사람들이죠.

홈에버등 이랜드 그룹은 왜 이들을 해고했을까요. 바로 보호법의 차별시정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보다 약 15만원 더 받는 정규직 캐셔노동자들은 다른 업무로 배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하고 외주용역화 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죠. 그렇게 되면, 비교대상할 정규직이 없기 때문에 이 법을 피해가는 방안이 된 것입니다. 파견법 개정으로 용역의 길을 마구 터놓았기 때문이죠. 이런 걸 악용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미 이 방법은 올초에 경총에서 비정규보호법 피해가기 위한 백서에 열거된 수많은 방법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참여연대 회원 여러분! 어떤 선택이 우리 사회에 유익할까요!

비정규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아무리 구구절절 애기해도 모자라네요. 그리고 이랜드 그룹의 횡포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요. 이쯤해서 한가지만 물어보고 싶습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이 늘어가는 것이 우리사회에 더 유익할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보호는커녕, 비정규노동자들의 양산하는 편법만 부추기는 현재의 비정규관련법안이 유지되는게 유익할까요. 아니면 폐기되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유익할까요.

청주대 청소아주머니들이 1년마다 김윤배 총장과 고용승계를 놓고 그 무지막지한 싸움을 해야하는 현실이 계속되는게 유익할까요.

79만원이라도 좋으니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이랜드 그룹의 여성노동자들을 감옥에 가두는게 더 유익할까요. 아니면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게 유익할까요.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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