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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민들레! 그리고 충청타임즈

 

 

사무실 건물 앞 뜨락에 민들레가 벽 모서리와 보도블럭 사이 약간의 틈새를 파고들어 바짝 엎드린 모양새로 싹을 틔웠다. ‘거참 질기기도 하지!’하고 감탄사도 나오지만 좋은 땅 놔두고 꼭 거기다가 싹을 틔워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맞다. 민들레는 꼭 그랬다. 교도소 수감시절. 미결수들이 운동하는 30평정도 되는 운동장의 황토흙과 교도소 건물 벽 사이엔 민들레가 나래비로 있었다.

 

그때, 다른 미결수들이 열심히 뛰 다니고 있을 때 가끔 쭈구리고 앉아서 민들레를 쳐다보곤 했었다.

‘사람 발길 채이는 걸 피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담벼락 밑으로 피신왔나 보구나’ 위안도 전해주고, ‘바보같이 좋은 땅 놔두고 고작 피난온게 고작 교도소 담벼락 밑이냐!’ 하는 질책도 전해주고 그랬다.

 

땅바닥에 잎사귀 까지 붙어 있는 키작은 민들레. 오래간만에 이 민들레를 보면서 또 그생각을 했다.

 

대한민국 여성용접공 1호, 집회때마다 노동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씨. 그 김진숙씨가 노동자에게 민들레를 배우라고 했다.

 

‘낮은 곳에 있는 자에게, 나의 눈높이로 올라 와라 하면 이것은 연대가 아닙니다.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는 것이 연대입니다. 낮아져야 평평해지고 평평해져야 넓어진다고’

 

민들레를 보기위해선 몸을 낮춰야 한다. 나의 몸을 낮추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 그것이 진실된 노동운동이라고 김진숙씨는 가르친다.

 

가장 낮지만 가장 멀리 씨앗을 날리는 민들레의 지혜를 배우라고 말이다.

 

나는 한가지 공포에 가까운 기억이 있다. 96년 신탄진의 어느 공장 앞. 노조탄압중단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지 40일 정도되는 그 노동자. 서있기도 힘든 그 노동자가 선전물을 들고 공장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가스총을 난사하며 가볍게 제압하는 그 회사의 경비원. 그리고 흐물거리지도 못하는 그 노동자를 담장 밖으로 던져 놓았던 그 장면.

 

그 노동자는 단식하기 일년전에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야산으로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마지막 의식으로 닭 피를 온몸에 뿌리며 그들로부터 ‘노조를 포기해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지지난주, 그 회사의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전해졌다. 그 회사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 공포같은 기억이 떠오르고... 나는, 차라리 그만두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민들레의 희망을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다시 가지는 희망.  키작은 민들레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간다는 것.
새충청일보가 충청타임즈로 제호를 변경했다. 민들레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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