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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악질적인!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구운 전어를 앞에 높고 소주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히는 이 사내.
‘내일 사표 쓸 거에요’ 한마디 하고 다시 소주 한잔을 들이킨다.
주량이 소주한병이라는 이 사내 앞에 금새 소주병이 두병을 넘었다.
노동조합 시작한지 두달만에 기백만원을 쏟아 부었다는 그 사내. 그 사내가 속한 7명짜리 초 미니 노동조합은 그날 해산했다. 아니 해산 한 것이 아니라, 해산을 당했다.
어떤 요구조건도 관철하지 못하고, 거꾸로 회사에 선처를 호소하고, 그 선처를 바라기 위해 노동조합 탈퇴서를 써야 했고, 퇴직금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3년동안 받지 못한 연월차 수당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주량을 훨씬 넘게 소주를 마시고 꺼이 꺼이 목놓아 우는 이 젊은 사내에게 ‘왜 우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 자식(사장)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게 억울한 것이 아니요. 내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진게 너무나 분통이 터져요’
그들은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을까! 그들은 3년동안 월급이 동결됐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8명의 노동자들이 회식을 하던차에 월급애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일 출근하면 사장한테 월급애기를 꺼내기로 의견이 모아졌단다. 얼큰한 술자리 분위기에 고무돼 한 사람이 기왕이면 화물차를 세워 놓는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까지 접근됐다. 그러나 웬일! 다음날 출근해보니 거꾸로 '니네들 필요없으니 다 나가라'는 사장의 호통이 먼저 나왔다. 월급애기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누군가가 사장에게 고자질을 했던 것이다.
순박한 이 사내들은 그 일이 있고난 뒤 이틀째 되던 날,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자신들이 당한 행위가 부당해고 아니냐고!
그렇게해서 노동조합을 만든 그들. 그들의 요구는 도급제인 월급형식을 ‘월급제’로 바꿔달라는 것.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것. 법적으로 지급하게되어 있는 연월차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 한마디로 법대로 해달라는 것이였다.
그러나, 사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장은 8명짜리 노동조합에 대처하기 위해 노무사를 영입했다. 노동조합의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회사 주변에 한달짜리 집회신고도 먼저 해버렸다.
그리고 사장은 노동자 한명을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의 물품을 몰래 빼돌려 팔아먹었다는 거다. 그리고 사장은 그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노동조합을 해산할 것과 퇴직금과 연월차 수당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그들의 노동조합은 거기까지 였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아니 법적으로 보장된 기존의 권리까지 포기하면서 노동조합 문을 닫아야 했다.
그리고 그날, 그 사내와 나는 구운전어를 안주로 놓고 소주를 마셨다.
새충청일보시절에 성공한 CEO라고 지면 한면 통째로 사진까지 실려서 소개된 그 사장!
울다가 욕하다가 ‘세상 참 더럽다’고 한탄하느라 그 고소한 전어냄새를 맡을 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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