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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비의 꿈

불나비의 꿈

 


작년 여름, 청주대학교에서 청소일을 하시는 아주머니 노동자들이 힘겹게 ‘고용승계’를 외치며 싸울 때 일이다. 학교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가 동원한 한무리의 학생들이 아주머니를 밀치고 떠밀고 하는 식으로 아주머니들의 집회를 방해했다.

 

그 상황에 기가 찬 아주머니들이 학생들에게 왜 그러냐고 따져물었다. 학생들은 ‘우린 몰라요. 교수님이 하란대로 할 뿐이에요. 그리고 노조 때문에 시끄러워서 우리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짧게 애기하곤 그 행동을 계속했다.

 

노조에 대항하기 위해서 학생을 구사대로 동원한 학교측의 반교육적인 측면도 어처구니가 없고, 교수님이 시킨다고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에게 태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하는 그 학생들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해시켜려 했다. 그 중에 한 아이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학생! 너희 1년치 등록금이 한 천만원쯤 하지. 여기있는 아주머니들이 1년 연봉이 얼만줄 알어. 너희들 1년치 등록금보다 작아. 이 아주머니들이 그 월급가지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그래. 어쩌면 너희 부모님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몰라. 그런데 이 아주머니들이 그 알량한 연봉 천만원짜리 일자리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너희가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걸까. 시끄럽다고 아주머니를 밀치고 하는게 올바른 걸까. 아니면 이 아주머니들에게 손길을 내미는게 올바른 걸까’

 

그 학생은 내게 눈길조차 돌려버리고 듣는둥 마는등 나를 외면했다. 작은 목소리로 내 뱉는 그 학생의 말

 

‘ 누가 그렇게 살래요’

 

대화를 포기했다.

 

'88만원 세대'라는 문구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게 어떤 현상과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수 있을만큼 유행어가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젊은 세대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을 때 받는 평균임금이 88만원이라는 이말.

 

그 88만원 세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시대의 어머니, 아버지는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 걸까!  그토록 어렵게 키위서 꿈에 그리던 대학에 보내놓고 난뒤에 그들의 자식이 노동자였던 어머니와 아버지에 보내는 시선이 멸시로 가득차 있다는 걸 그들은 알았을까!

 

30평 아파트 한채, 자식들 대학교육 까지 마치는 것이 노동자들의 마지막 목표이자 희망이다. 그 목표 하나로 주말의 휴일은 특근, 잔업으로 대신하고 40대 후반의 나이에 어머니들은 식당으로, 혹은 청소용역으로 불나비처럼 모여든다.

 

그렇게 아둥바둥 힘겹게 산 희망은 결국 ‘88만원 세대’라는 비극적 절망이 되어버린 현실!

 

이렇게 좌절하고 또 좌절하지만 대학등록금 일천만원도 안되는 그 돈을 벌기위해 우리시대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식당으로 청소용역으로 불나비가 되어간다.

 

아! 서러운 국민성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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