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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량(餘糧)! 아우라지를 소망한다.
“밥은 곧 하늘이니 하늘을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맞다. 그런데, 사람 욕심은 이게 아니다. 항상, 어디서나 밥이 화근이 되어 서로 싸운다.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부족한 사람은 ‘먹고 살 만큼’을 요구하며 갈등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밥’이 부족해 생기는 싸움이 아니다. 지금의 세상은, 남아도는 곡물을 바다에 버릴 정도로 풍족한 세상이다. 그런데, 왜 ‘밥 싸움’이 생기는 걸까!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가 그 원인이다. 끊임없이 ‘자기 증식’, 즉 오로지 이윤의 확장이라는 시스템으로 활동하는 ‘자본’의 섭리가 ‘인간’이라는 본연보다 우선으로 가기에, ‘밥’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의 주변에 위치한 노동자! 끊임 없이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이 아우성을 매일같이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아우성을 있는 그대로 적어 놓는게 제가 해야 될 일이되었다.
내 고향은 강원도 산골짜기 화전촌 마을이다. 그 동네 사람들은 번듯한 논배미 하나 없이, 오직 감자, 옥수수, 메밀같은 것만 골라 농사를 짓고 살았드랬다. 올해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하시곤 했다. ‘그때, 쌀이 어딨어. 감자 삶아 으깨놓고, 옥수수 갈아서 쪄서 먹었지. 그래도, 나물 않 넣고 먹으면 부잣집이라 그랬어’
고향 인근인 정선군 북면에 여량(餘糧)이라는 마을이 있다. 산이 놓고 골이 깊은 정선 일대에서 드물게, 논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먹고 남을 여분의 식량이 있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합수머리가 있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아우라지’ 다. 태백산에 서작한 이물이 아우라지를 지나, 정선의 조양강이 되고, 또 이 물이 어라연을 지나 영월의 동강이 된다. 이 물은 계속 흘러 단양의 도담삼봉을 지나고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을 충주 탄금대에서 만나 한강이 된다.
각기 다른 곳의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조화시켜 흘러나는 물처럼, 우리네 세상도 ‘여량’의 ‘아우라지’ 처럼, 자기것을 내놓아 서로 나눠 크게 어우러 지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이땅의 노동자가 ‘먹고 살 만큼’의 밥을 호소하며 눈물 흘리는 그런 일이 적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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