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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날씨, 흐림

[겨울, 날씨, 흐림]
 
 
 
 
 
흐린 하늘 손대면
먹물토하고 도망갈 듯
문어 얼굴로 부풀어 올랐네
 
장대라도 있으면
찔러보겠으나
모든 걸 뒤집어쓸 맘의 준비는 남았네
 
햇볕드는 길만 맴돌던
새 봄소식은
골목어귀 그림자에 갇혀있어
 
언제 울음 터질지 모르는
어린아이 변덕만큼
나는 온종일 뒤척이길 거듭하지
 
간 밤 달빛이 숨죽일 때
그 때 멈춰서야 했어
 
바람들이 전선에 매달려
재잘되는 소리를 귀기울여야 했어
 
총총걸음 내닫는
아이들도 떠난 놀이터 그네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은
 
외로움이 뭉쳐서 내리는
겨울비에 데일 때 조각난 얼음만큼
거칠게 무너지는 법
 
공터에 불을 지피고 둘러 선
이들에겐 여유로운 삶을 말한들
옛날 톱밥난로에 도시락 얹고
점심때를 기다리던 시절의 미소가 없지
 
한 겨울
눈대신 오는 빗방울은
그렇게 사람들을 낱개로 갈라놓고
질퍽해질 도시는 미리 겁을 먹어가네

 
 
- 070116,  날씨 잔뜩 흐린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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