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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빛 연가(戀歌)

노을 빛 연가(戀歌)

 

 

도시에 살다보니

저녁 노을을 잊은 적 많습니다

외로움 입에 물고서

두려움에 떨며 변함없이 하루를 보내도

밤으로 가는 길목

한낮 태양이 그 도도한 육신을

찬란히 녹여서 만드는

너무도 고요해서

그 치열함이 비장해지는

노을빛 꿈을 지우게 됩니다

 

아파트 숲을 빠져나와

곧게 뻗은 빌딩에 갇혀서

쇳가루 섞인 매케한 공단과

욕망으로 밝힌 네온들에 익숙해지면

수억년을 반복해온 자연의 흐름은

낯설거나 우연한 경험으로 여깁니다

 

가위에 눌려 잠을 깨면서 맞는

새벽은 알아도 헐떡이며 사는 이들에겐

낮과 밤의 경계에서 사색할 여유는

허락치 않습니다

그래서 늘 벗어나고픈 유혹에 시달리고

어깨에 매인 생존의 무게에 버거워도

매번 닥치는 일상을 감내하고 견딥니다

때때로 작은 욕정을 해결하고

눈가에 배인 물기를 지우고

크고 작은 몸살에 떨면서도

책임과 의무 그리고 일탈의 두려움

번민의 무덤에 누인 백골처럼 앙상해졌죠

 

그대를 만나고서

몇번이나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아직 고이 감추어진

미로같은 길에 들어 설 용기를 내봅니다

노을을 닮은 그대의 미소때문에

발갛게 번지는 희망을 베어 삼켰습니다

한 길에 서서 걸어도 길동무가 되기는 어렵지만

어제와 다른 세상에 이미 서게 만든

그대와 발걸음을 맞추는 것 만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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