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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성 문]
- 겨울 끝자락 홀로 서는 이들을 사랑한다
홀로 길에 서게되면
오랜 거짓약속에 익숙했던
검은 혀도 비로소 쉼을 허락받는다
회색도시 한복판
인공섬으로 꾸며진 공원
윤기잃은 나무벤치라도 있어
당겨진 활시위 처럼 뻣뻣한
몸뚱이를 기대자마자 절로 눈이 감긴다
길잃은 도시짐승들은
늘 따뜻한 눈길 그리워 하고
떼를 지어 나는 날짐승들은
누가 먼저 채갈까 조바심으로
모이가 될만한 것이면 쪼아댄다
낯선도시도 8년이 지나면
흘린 눈물의 무게만큼 정이 든다
숨돌릴 틈 없이 매인 일에 쫓기고
책임질 것들의 빈궁함을 견뎌내다보면
묵묵히 일해왔다는 것이
자기 몸을 뜯어먹고 허기 채우길
반복해온 것이 아닐까 맴도는 질문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은 만큼 주름이 생긴다
고된 노동의 땀이 그 안에 차고
생채기 투성인 삶에 시달린 만큼 그 골이 깊어진다
정답이 아니어도 그것이 해답이라고 강요받고
적당한 타협의 유혹과 이를 뿌리치지 못해
덧칠된 절망, 거짓변명도 한웅큼 쌓아왔다
그래서 더욱 여물어진 알곡처럼
고요한 빛으로 생명으로 심어진 사랑이 애처롭다
내가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 했던 것처럼
나를 아는 이들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려는 것은
늘 속삭이고 다짐으로 그친 것을 부끄러워 함이다
몇번을 갈아 탔을 뿐
늘 쳇바퀴에 매여 있었던 날들의 회한이다
- 2007. 01. 12 겨울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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