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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이후

불구속으로 나올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했는데, 그래서 더 민망하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판사의 태도를 보면서 불구속으로 나올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와서...

토요일은 결혼식에 갔다가 야구를 보러가고

일요일은 평택엘 다녀왔다.

 

불구속으로 나오니까 참 좋다.

보고싶은 얼굴들을 마주하니까 행복하다.

못난놈들은 얼굴만봐도 즐겁다고 하지 않나

축하해야할지 어쩔지 몰라하는 친구들을 앞에두고

나또한 축하받아야할지 어쩔지 모르고 있다.

감옥에 있으면 평택에 군대가 투입된다는 소식을 들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텐데,

이렇게 나와서 무언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물론 조만간 다시 구속될것이고,

황새울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이 상황이 소중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구속으로 나와있는 이 시간이 고통이다.

다시 구속을 기다리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불구속으로 나온 후 우리 엄마의 밝은 표정이 나에겐 고통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날부터 몸살을 앓은 엄마는 동생 생일 미역국도

안끓이고, 친척 결혼식도 안가려고 했단다.

내가 나온 시간 이후부터 몸살은 사라지고 다시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뒤늦게 미역국도 끓이고 결혼식도 가고 아빠랑 친구분들 만나서 놀다가

다음날 아침에 들어왔다(이건 처음있는 일이다ㅋㅋ)

다시 감옥에 가야하는 걸 아시면서도 지금 당장 감옥에 안가있다는 것이

그렇게나 소중한가보다.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의 표정과 마음이 변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게 되었고

감옥에 다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다시 우리엄마가 몸살을 앓아야 한다는 미래가,

예정된 미래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지금 웃고 있는 만큼 더 엄마가 아플까봐,

물론 엄마는 나보다 강한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예상외의 고통이고 생각보다 강도가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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