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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편

밤 미시령                                        -고형렬

 

 

저만큼 11시 불빛 저만큼

보이는 용대리 굽은 길가에 차를 세워

도어를 열고 나와 서서 달을 보다가

물소리 듣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 밤 딸그락,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으로 향하는

밤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들 앞서 가게 하고

미시령에 올라서서

음, 기척을 내보지만

두려워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받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허공에 주지 않을뿐더러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겨울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는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란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시가 나에게로 왔다. 그 어두컴컴한 한 시절의 시멘트 뱃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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