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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자전거를 타며

안양천의 시계는 한강의 그것보다 훨씬 자욱하여

마치 구름의 한 가운데 머무는 것 같았다.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없는 원초적인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들은 경계부터 희미해져 도깨비처럼 증발하였다.

숨을 들어마실때마다 한움큼씩 시큼한 기운이 폐부로 전해졌다.

확실한 것은 내가 어디쯤을 가고 있다는 것

지나온 길이 생각보다 길고

지나갈 길은 가늠이 안되는 어느지점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

나는 길을 잃지도 허우적대지도 않았지만

또한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했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다 환영처럼 보이고

체인을 굴려가는 두 다리 외에는 내 몸뚱아리조차 믿기지 않았다.

 

 

가도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시작도 기억나지 않는

다리를 멈추면 그게 바로 끝인

20대 마지막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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