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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의 추억

1.

 

전학을 많이 다녀서인지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총 9개 학교를 다녔다.

그중 5개가 국공립이었고, 나머지 4개가 사립이었다.

5개는 모두 초등학교였다.

나의 기억속에서 초등학교까지는 국공립과 사립의 차이는

평범한 아이들과 잘사는 집 아이들의 차이였을 뿐이다.

교복을 입고 스쿨버스를 타는 것은 사립학교아이들의 특권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사립과 국공립의 차이는 전혀 인식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선택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등록금의 차이가 있는것도 아닌데,

게다가 사립에서 국공립으로, 혹은 국공립에서 사립으로의 전학도 가능했다.

대학은 사립과 국공립의 차이는 등록금의 차이였다.

보통 각 지역의 국공립 신입생들의 수능점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나에게는 국공립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등록금이었다.

내가 선생님이 되어보지 않아서 모를수도 있지만,

선생님들에게도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 모두 별차이가 없을거라 생각된다.

대학교와 초등학교는 다르겠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2.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같이 있었다.(두 개 모두) 그 중 하나는

내가 그 학교에 전학가기 한 해 전인가 두 해 전인가 돌아가신,

아니 그 때도 살아있었나? 어쨋든 그 이사장의 아들이 교장이었다.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중학교 교장도 그의 일가 친척이었다.

뭐 김일성의 아들인 김정일이 국가권력을 세습하고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가, 이건희의 아들 이재용이 경영권을 세습하는

사회이니 그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제기랄.

 

내가 2학년 때 영어선생님 한 명이 새로 부임했다.

학원선생을 하다가 학교에 오게된 사람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선 진짜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가 떠돌았다.

2천만원내고 들어왔다. 아니다 3천만원이다.

뭐 우리 학생들의 정보력으로 진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어쨋든 돈을 바치고 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는 소문이 충분히

사실로 느껴질 수 있을정도로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였다.

 

3.

 

제주도의 사립학교들이 신입생배정을 거부한다고 한다.

어허 이런. 그들도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인가?

그들도 양심에 따른 거부자들인가?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가진것을 버리진 않는다.

오히려 가지고 더 가지기 위해 앙탈 부리는 것이다.

그들중 누구가 감옥에 갈 것을 감내하고라도 신입생배정을 거부하겠는가.

싸가지 없는 새끼들.

 

4.

 

내가 마지막을 졸업한 사립학교를 같이 다니던 내 친한 친구가 이번에 졸업한다.

그이는 먹고 살 걱정과 함께 청소년 운동을 하고 싶어한다.

원래 예전부터 청소년운동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많은 활동을 해오던 친구다.

청소년들이 귀찮기만한 나로서는 정말 존경스런 친구다.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이 나고 그 친구가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소중한 존재이다.

국회마저 마비시킨 사립학교를 둘러싼 논란에서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의사는 어느새 묻혀있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란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개정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 당연히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 청소년운동이 정말 필요하다.

 

5.

 

아쉽게도 난 청소년이 아니다. 그리고 난 그다지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없다.

물론 지금 내가 다시 학생이 된다면, 각 학교에 있는 철조망(땡땡이 못치게하려고

담에다 박아놓은)들을 끊고 다닐텐데, 이런상상은 해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어차피 나는 나의 생활을 기반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모르겠다.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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