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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그 양반만큼은 아니겠지만, 도무지 책도 안읽히고 글도 안써지고 그래도 부탁받았던 글은 약속한지 한달이 넘어서야 꾸역꾸역 약속했던 분량도 미달되게 메꿔서 보내고 하루종일 노래만 듣는다. 새로산 엠피쓰리가 별로 맘에 안든다. 그냥 싼맛에 산거니까 잘듣다가 나중에 좋은걸로 사야지. 그래서 엠피쓰리 말고 씨디플레이어로 듣는다. 운좋게 습득(?)한 스왈로우와 루네의 앨범을 듣고 나만의 스테디셀러 시와의 앨범을 듣고 언니네이발관과 루시드폴의 앨범을 듣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태지와아이들의 앨범도 듣고 문득 생각나 이소라의 앨범을 듣고 마침내 산울림의 앨범을 듣는다. 나어떡해가 듣고 싶었는데 차마 들을 자신이 없다. 노래들으면서 딴생각도 한다. 딴생각이라기 보다는 그냥 멍하니 아무 생각도 안하고 노래도 건성으로 듣게된다. 그러다 갑자기 노래가 귀를 파고 심장에 들어온다. 지금 나보다, 오후, 골목길, 한밤에, 회상, 하얀밤, 여기 있어 그대... 차례로 나오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곱씹어 다시 한 번 머리속으로만 들어본다. 산울림의 가사들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쉬운 말들로 청량한 목소리로 읊어진 가사들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입으로 낮은 탄식처럼 가사가 흘러나온다. "졌어요. 당신이 이긴거예요"... 산울림 계속 듣고 있다가는 미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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