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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근하기 (화양연화)

밤 11시에 갑작스레 날라온 회사 선배의 문자 한 통

내일 자전거로 출근하자고

 

뭐 자전거 타는 일을 마다할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강화도 다녀오면서 잊고 지내던 자전거 장거리의 맛이 새록새록 살아나고 있었고

회사에서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잘됐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 주에 회사에서 합정까지 자전거로 온 시간과 루트와 시행착오를 종합해본 결과

그리고 같이 타고갈 선배의 자전거 실력과 해뜨는 시간을 고려해서

아주 여유 있는 건 아니지만 지각하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하고 7시에 성산대교 남단에서 만나기로했다. 집에서는 6시에 출발했다.

 

아직 어스름이 남아있는 시간이라 새벽달은 유난히도 밝게 눈부셨다.

그 광경 하나만으로도 3시간으로 예상하고 있는 자전거 출근길이 복되고도 복되었다

 

합정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날씨 맑은 날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아... 저 강가를 자전거 타고 이 시간에 달려보면 좋을텐데' 하곤 했는데

생각보다 그 바램이 금방 이루어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법이라지만 이 풍경은 무엇을 기대했든

아름다워서 그 자체로 이미 나의 영혼을 앗아갔다.

가을 하늘, 사이에 떠 있는 흰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과 조용히 재잘거리는 나뭇잎사귀

이 모든 것이 나보고 이야기를 한다. 사는게 힘드냐고.

 

하늘의 색을 머금은 강물에는 고요한 햇살이 부딪혀 산산히 흩어진다.

시와의 화양연화 한 구절이 당연하게 떠오른다.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중략)... 인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행주대교 북단에서 길을 잃어서 2시간을 지각하게 되었다.

나 아직 수습인데 이런 이런. 뭐 그다지 걱정할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할말 못할말 다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치명적인 약점을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몸은 고되고 지각해서 완전 눈치보고 하루를 지냈지만

그래도 퍽 상쾌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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