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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울린 글

오늘처럼 일하기 싫은 날은(거의 대부분의 나날들ㅋㅋ)

해야할 일들 미뤄두고 딴짓거리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던중 미뤄둔 일들은 다 해버리는것 보다 더 보람된 사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마치 오늘처럼

 

녹색평론 2005년 11~12월호에 실린 이계삼 선생님의 글중에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시들을 발견했다.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한다

나는 안 비에(보여)줬다

                                -이오덕 지도, 경북 안동 대곡분교 3년 이재흠 1969.10.4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뒷다리 두개를 발발 떨었다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될까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이오덕 지도, 경북 안동 대곡분교 3년 백석현, 1969.5.3

 

 

내 어릴 적 못물골 골짝에 예닐곱살 먹은 일근이란 아이가 살았는데, 하루는 우리 동네로 놀러 나온 거야. 늘 산골에서 혼자 식구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심심해서 나왔겠지. 동네 애들하고 비석치기 하다가 싸움이 붙은 거야. 못물골 일근이하고 우리 동네 춘근이하고. 어린아이들 싸우는 것 보면 몸으로 엉겨붙어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 입으로는 온갖 욕을 다하잖아,. 그래 춘근이가 먼저 욕을 하기 시작한 거야. "야이 씨발놈, 개새끼야, 좆만새끼, 호로자석..." 이렇게 춘근이가 한바탕 욕을 끌어붓자, 멍하니 듣고 있던 일근이가 맞서 대거리한다는 것이 이러는 거야. "야이 참나무야, 대나무야, 밤나무야, 옻나무야..." 못물골 인근이는 그때까지 욕을 몰랐던 거지. 늘 보고 듣는 것이라고는 소나무, 대나무, 밤나무, 노루, 산토끼, 새소리, 몰소리, 바람소실 이런 것뿐이었으니까.

                               -구자행 할머니 구술, <삶을 가꾸는 글쓰기> 2001년 4월호에서

 

 

이 시와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벌써 어른이 되어도 한참전에 되어서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마음들이 내 마음을 울린다. 해바라기를 대하는 마음과, 개구리에게 미안해하는 마음과 죄될까봐 절하는 마음, 그리고 기껏 한다는 욕이 나무 이름인 마음.

정말이지 오랫만에 마음속으로 펑펑울었다. 울음속에서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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