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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녕히~

오늘 집을 계약하고 왔다. 원래 봐 놨던 집은 참 좋긴 한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집주인이 빚이 너무 많았다.

정말 좋은 집이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포기ㅠㅠ

 

딱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심하게 거슬릴 것도 없는 집으로 계약했다.

이사 날자는 12월 29일로 잡았다. 아. 이제 이사를 가는 구나, 갑자기 실감이 난다.

 

문득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났고, 가장 오랜시간을 살아온 서울.

뭐 파주로 이사간다고 해도 일때문에 그리고 친구들 만나러 자주 서울에 나올거라서

떠난다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실제적인 삶과는 별개로

내 마음이 서울에서 떠나는 거라서 새삼 기분이 싱숭생숭 해진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주소를 엄밀히 따지면 부천이지만

모든 생활권이 서울인지라 지자체 선거 할 때만 빼면 스스로 서울시민처럼 살고있었다.

거의 10년을 살아온 이 동네에서 은근 동네친구도 만들고,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산

동네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정 붙이지 못했다. 새로 이사가는 동네도

동네 자체에 얼마나 정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서울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동네에 정붙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완전히 까먹어버린 일종의 불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1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을 살았던 도시 서울

한 때는 서울과 친하게 지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지금도 딱히 사이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서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픈 마음과

그보다 훨씬 큰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이 도시를 이렇게 도망치듯 떠나는 것을 서울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서울 안에도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이제, 서울이 지겨워졌을 뿐이다.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다시, 언젠가, 서울로 돌아올 수도 있다.

혹은 돌아와야 할 수도,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이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나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문득 서울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이 어떻다고 분석하는 글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바랬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돌아오고 싶지 않은 서울에 대해서

사실은 내가 그리워했지만 사라져버린 서울에 대해서

 

서울, 이젠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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