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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발바닥께 통증

왼쪽 발바닥, 엄지발가락 아래, 옴폭 패었던 가운데에서 볼록하게 올라오는 넓고 펑퍼짐한 그 부분에 미세한 통증이 있다.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인데, 좀 무리해서 뛰어가 걸으면, 혹은 날씨가 너무 추운날에는 목에 생선 잔가시가 걸린것처럼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신경쓰이는 정도여서 굳이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가시긴 해서 몇 번 병원에 가봤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발 편하게 하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같은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밖에 없더라. 그래서 그냥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불편이 없기에, 그냥 귀찮고 성가시면서도 그냥 살고 있다. 눈물나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이 미세한 통증을 달고 사는 것도 참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다.

 

이번에 용산 일지를 정리해보면서 내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았다. 2009년 1월 23일. 용산참사가 일어난 3일 후. 범국민대회라는 이름이었던가, 서울역에서 시작된 집회는 홍대까지 행진을 하고 끝났다. 설연휴 직전이었던 그날 이후,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생겼고 일년 가까이 지났다. 평소에 많이 걸어다니는데, 서울역에서 홍대보다 더 먼 거리도 많이 걸어봤는데, 그날 다치거나 특별히 힘들지도 않았는데, 이 통증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이 미세한 통증도 일년을 함께 살아오니 짜증스러운 것이 되었다.

 

미세한 통증도 일년을 겪어내는 것이 이럴진대,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오죽했을까. 건강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죽어서 돌아왔을 때, 아무도 그 죽음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과 삶을 권력으로 능멸할 때, 유가족들이 일년 동안 겪었을 일들과 마음은 오죽했을까.

 

얼른 차려입고 장례식에 가야겠다. 요새 날이 추워서, 월요일날 내린 폭설이 도로에서 얼어붙어 길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부쩍 심해졌지만, 그래도 나가야겠다. 다섯 분이 이제 강제철거도 없고 서러움도 없는 세상으로 편안하게 가신다면, 용산참사의 책임자들을 명확하게 밝혀내서 엄중하게 처벌한다면,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왼쪽 발바닥 통증은 사라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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