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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1.

어떤 노래 가사는 한 번 들으면 좀처럼 떠날 생각을 안는다.

가슴에 콱 박혀 몇번을 심장을 쥐어짜 숨막혀 켁켁 거리고 난 후에야

겨우 귀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작년 가을에 처음 듣게 된 오소영의 '기억상실'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 시와1집에 실린 굿바이가 그렇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 노래 공연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노래인데.

그 때는 이런 느낌 없었는데.

 

2.

'잠에서 깨어난 밤이면 할 일 없어 어쩔 줄 모르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잠들기 전 늦은 밤 할 일없어 어쩔 줄 모른다.

외로워야지, 고독해야지, 생각을  하고 글을 읽고 글을 쓰게 될 거라 믿었는데

점점 술에 의존하고 싶은 생각만 든다. 긴 긴 밤을 혼자 술로 보내다니

안될말이다, 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자신이 없다.

 

3.

당장 어젯 밤만 해도 그렇다.

휴일근무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나니

이게 뭔가 싶었다. 회사, 퇴근하고 약속. 혹은 회사, 퇴근하고 집안일.

아, 이 무미건조한 삶. 갑자기 울컥해지고 술이 확 땡겼다. 후라이드 티킨이 땡겼다.

아마 저녁 해먹기 전이었다면 주저없이 시켜먹었을지도.

그래도 굴러다니는 광고 전단지 보면서 어느 집 치킨이 가장 싼지 보기까지 했다.

그러다 무언가 찾아볼 게 있어서 전쟁없는세상 소식지를 들춰보다가

이계삼 선생님이 <꽃섬고개 친구들>과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의 서평으로 보낸

기사를 읽게 되었다. 내가 청탁을 했었는데, 나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보내 그 글에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에 실린 내 '채식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실려있었다.

젠장, 치킨 먹고 싶은 입맛이 뚝 떨어진다. 그 글을 보고도 치킨을 시켜먹을만큼

솔직하진 못하다, 나는.

 

4.

내일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한 첫 모임을 하는데,

뭐라도 준비를 해야할텐데 하나도 안했다.

원래는 주말에 타사 노사협약들도 들춰보고 노동법도 들춰보고 할 계획이었는데.

그냥 좀 귀찮아졌다. 일단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몰라서.

뭐 처음부터 잘 알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건 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모르면서 예전엔 뭘 그리 아는척 떠들고 다녔나 싶어서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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