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심학산

어제 잠깐 본 심학산 단풍이 너무 예뻐서 오늘 출근길에 꼭 갔다와야지 마음 먹었다.

날은 제법 추워졌지만, 햇볕이 내리쬐고, 산에 오르면 더울거라는 생각으로 가을 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100m도 채 떠나지 못했는데, 칼날같은 바람이 볼을 에인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요 며칠 하늘이 꾸리꾸리 했는데 유난히도 맑은 하늘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고 산으로 향했다.

이런 날은 심학산 꼭대기 정자에 오르면 저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이다.

논밭을 가로질러 심학산으로 가는 길은 바람때문에 너무 추웠다. 몇 번이고 "내일은 겨울옷 입어야겠다"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르막을 오르니 제법 몸에 열이 오르고 땀도 살짝 난다.

밖에서 볼 때는 단풍이 장관이었는데, 산 안에 들어와 보니

낙엽 또한 절경이다. 등산로가 낙엽으로 온통 뒤덮여서 흙길이 보이지 않는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를 즐기며 산을 오른다. 시간여유만 좀 있다면

폭신폭신한 낙엽을 침대 삼아 한 숨 늘어지게 자고가고 싶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런 날씨에 산에서 자면 얼어죽겠지...

 

심학산 꼭대기에 올랐는데, 어째 하늘에 가까워지기는커녕 하늘이 더 멀리 도망간 느낌이다.

심학산은 꼭대기가 194m인 낮은 산이지만 사방이 트여있어

정상에 있는 정자에 서면 천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난다.

동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던 한강이 방향을 바꾸어 북서쪽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곳에 솟아있는 산이라,

빙둘러 강을 끼고 있다. 북쪽과 동쪽 사이에만 강이 보이지 않는데,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곳은 파주와 일산 신도시다.

북쪽을 바라보면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너머로 임진강이 흘러내려와 한강과 만나는

합수부가 보인다. 그 너머엔 북녘땅이다. 오늘처럼 날이 좋으면 조그맣게 건물들도 보인다.

심학산은 영조 때 궁궐에서 기르던 학이 도망쳤는데, 이곳에 와서 찾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바로 아래로는 출판단지가 내려다 보인다. 우리회사 건물도 보이는데 정말 꼬딱지만하다.

제2출판문화 영상 단지를 짓는다고 공사하는 현장도 다 내려다 보인다.

예전에는 들꽃이 널려있는 들판이었고, 습지였다던데, 완전히 망가트려버렸다.

 

이곳 한강은 군사지역이라 철조망이 쳐져 있어 강변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이 제법 잘 보존되어 있다. 심학산에서 내려다 본 한강은

구불구불 땅과 만나서 땅을 밀어내고 땅에 스며들며 흐른다.

강 한가운데는 퇴죽물이 쌓여서 생기 층도 보인다.

사진으로 본 4대강 사업을 하는 강들이 생각난다.

만약 여기도 공사구간이었다면 강변은 고등학생 스포츠 머리마냥 단정하게 밀어버렸을것이고

강 가운데 퇴적층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겠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아침에 산에 다녀오니 출근길이 상쾌하다.

이 기분이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오늘 하루 정도는 가뿐히 견딜 수 있을 거 같다.

내일도 또 심학산엘 들러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