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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물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날.

경찰이 집에 먼저 연락을 했나보다. 전화기 넘어 엄마의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다. 나는 왜 그리 축쳐졌냐고 하니, 어떻게 그럼 멀쩡하냐고 하신다.

엄마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오늘 집에 들어와보니 엄마와 아빠가 술을 마시고 있다.

아빠는 이미 많이 취한 모습이다. 엄마또한 상당히 마신것 같다.

아빠는 이내 방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보고 미안하다며 울음을 떠뜨리신다.

세상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당신은 나를 믿는다며 우신다.

부모가 되어서 뒷바라지 못해줘서 내 하고 싶은 일 맘대로 못한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우신다. 옛날 옛적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야기를 꺼내시며

전학 많이 다니게 해서 미안하다고 우신다.

 

나는...

엄마를 위로할 수 없어 슬프다.

나의 운동은, 나의 삶은 여전히 엄마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는 엄마의 삶에 어떠한 희생도 하고 있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 떳떳한 삶을 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할 것이 아니라, 내가 엄마에게 미안하고 감사한것인데...

 

우리 엄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우리엄마 또한 자신보다는 자식들을 위해서 사시는 분이다. 평범한 엄마들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위대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난 엄마에게서 진보적인 가치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배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엄마를 통해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의 희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해준것이 없다고 미안해하지만,

전학많이 다니게 하고 이사많이 다니게했다고 미안해하지만,

난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난 확실히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많은 돈이나 물질을 받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난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받았다.

아주 단호하고 또 당연스럽게 나의 병역거부신념은 내것이지만,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내가 병역거부를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나의 병역거부가, 나의 신념이

세상에서 단 한 명 우리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나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다.

엄마의 눈물을 닦아줄순 있어도 또 다시 나로 인해 눈물을 쏟으실 것이다.

 

아직까지 자식들 도움주시겠다고 남의 집 애들 봐주면 일하시는 우리 엄마.

지금껏 당신 삶 챙겨보지도 못하고, 그럴 여유를 가져보지도 못했던 우리 엄마.

그래서 취미라곤 자식들 챙기고 보는 일밖에 없는 우리 엄마가

이제 고생안하고 살면 좋겠는데, 도무지 나로서는 그럴 경제력이 있지도 않고

갖출 계획도 없다. 그래도 그저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려는 우리 엄마.

 

내가 어떤 일을 하던지, 나를 가장 지지해주면서도 가장 마음아파하는 우리 엄마.

난 우리엄마가 너무 좋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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