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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6/28
    뫼비우스 띠
    무화과
  2. 2009/06/12
    산울림
    무화과
  3. 2009/06/09
    주현미(1)
    무화과
  4. 2009/06/03
    야구연습장
    무화과

뫼비우스 띠

자기혐오와 자기학대의 퍼포먼스

이것들이 사실은 자기 방어의 측면에서 위악이라는 말에 백 번 동의한다.

 

하지만 때로는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전혀 몸이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으니...

 

이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학의 퍼포먼스가 끝나지 않는다면 나는 글이라는 것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글을 써내려가지 않는다면 이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학의 퍼포먼스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득 깨닫고 난 후, 벗어날 길이 없는 뫼비우스띠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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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그 양반만큼은 아니겠지만, 도무지 책도 안읽히고 글도 안써지고 그래도 부탁받았던 글은 약속한지 한달이 넘어서야 꾸역꾸역 약속했던 분량도 미달되게 메꿔서 보내고 하루종일 노래만 듣는다. 새로산 엠피쓰리가 별로 맘에 안든다. 그냥 싼맛에 산거니까 잘듣다가 나중에 좋은걸로 사야지. 그래서 엠피쓰리 말고 씨디플레이어로 듣는다. 운좋게 습득(?)한 스왈로우와 루네의 앨범을 듣고 나만의 스테디셀러 시와의 앨범을 듣고 언니네이발관과 루시드폴의 앨범을 듣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태지와아이들의 앨범도 듣고 문득 생각나 이소라의 앨범을 듣고 마침내 산울림의 앨범을 듣는다. 나어떡해가 듣고 싶었는데 차마 들을 자신이 없다. 노래들으면서 딴생각도 한다. 딴생각이라기 보다는 그냥 멍하니 아무 생각도 안하고 노래도 건성으로 듣게된다. 그러다 갑자기 노래가 귀를 파고 심장에 들어온다. 지금 나보다, 오후, 골목길, 한밤에, 회상, 하얀밤, 여기 있어 그대... 차례로 나오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곱씹어 다시 한 번 머리속으로만 들어본다. 산울림의 가사들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쉬운 말들로 청량한 목소리로 읊어진 가사들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입으로 낮은 탄식처럼 가사가 흘러나온다. "졌어요. 당신이 이긴거예요"... 산울림 계속 듣고 있다가는 미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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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스페이스 공감에 주현미가 나온다. 소개가 트로트가수 주현미가 아니라 보컬리스트 주현미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주현미다. 아마도 울 할머니가 주현미를 좋아해서 집에서 자주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익숙하고 친숙함을 추구한다는 것만으로 주현미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보컬리스트'주현미라는 소개에서 드러나듯이 주현미자체가 뛰어난 보컬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김지애나 다른 트로트 가수중에 유독 주현미만을 좋아했던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의 세계로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주현미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주현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가는 친구들에게 골방늙은이 취급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트로트는 어른들이 즐기는, 그것도 감상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술자리에서 얼굴이 불콰해져 소주병에 숟가락 꼽고 부르며 나머지는 젓가락으로 반주를 맞추는 음악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신승훈이나 서태지 이승환 015B 등을 좋아하기 위해 애쓰며 그 가수들의 노래를 외워부르곤 했다. 그후로 트로트는 어떤 의미에서는 무시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가사를 중요하게 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온통 사랑노래 일색-그것도 통속적이고 신파조로 흘러만가는 트로트의 저급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주부가수왕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주부들은 BMK나 박정현 등 탁월한 보컬들의 노래나 최신 곡들을 부르는데 초대가수로 나오는 B급의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왠지 서글플 정도로 촌스러웠다. 트로트를 사랑한다는 것은, 트로트 가수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 또한 그 촌스러움을 뒤집어 쓰는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전람회, 김광진, 이소라 등의 좀 더 고급스런 가수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안치환, 윤도현 등의 힘찬 가수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산울림이나 김광석, 정태춘 등을 찾아들으면서는 스스로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도 했었었다. 트로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빠지면서부터다. '낭만에 대하여'는 트로트의 기본공식이라 할 수 있는 유치하고 뻔한 사랑이야기의 가사가 아니었다. 무언가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실린듯한 최백호의 목소리가 가사를 읊조릴때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음을 알았다.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오지혜가 '사랑밖에 난몰라'를 부를 때 과연 좋은 노래란 어떤 노래일까에 대해서 또 한 번의 심각한 감흥이 일었다. 그리하여 심수봉의 노래들을 다 찾아들었다. 그 노래들의 가사는 역시 트로트가 가지고 있어야할 덕목들을 충실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심수봉의 코킅에서 위태롭게 떨어지는 목소리 또한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위의 두곡이 트로트에 대한 나의 느낌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그 전까지는 농활가서 분위기 띄울때 부르는 노래정도였던 음악이, 기쁘거나 슬플때 위로나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주현미는 자신의 수많은 히트곡들을 팝송들을 적절히 뒤섞어 부른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신사동 그사람'과 '비 내리는 영동교'다. 나는 신사동이 어디 있는 동네인지도 모른채, 영동교가 어느 강에 있는 지도 모른채, 가사에는 하나고 감정몰입이 안된채로 주현미의 노래들을 나름 구성지게 따라부르곤 했었다. 이제 다시 말할 수 있다. 주현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중 하나라고. 그녀의 보컬은 그 진부한 가사마저도 가슴을 후벼파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공감에서 주현미의 노래를 듣게 되어서 참 고맙다. +그러나 사실 내가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노래는 '나 어떡해' 참 쉽게 쓰여진 가사같은데.... 가장 진실되게 쓰여진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 무슨 멋있는 말들로 치장하는 노래들은 가식처럼 느껴진다. 무슨 다른 말이 나올까. 그런 상황에서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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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연습장

500원짜리 동전이 덜컹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젠 도망갈 수는 있어도 피할 수 없다 낡고 닳아 매끈해진 빨간 목장갑을 멀끄러미 쳐다보다 자해라도 하는 심정으로 맨손으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 110km짜리 어설픈 속구 정직하게 뻗어나오는 공이지만 저것도 기계인지라 가끔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라온다 50원의 손해보다 위험한 것은 아무런 준비가 안되었을 때 팔꿈치를 노리며 달려드는 공 왠지 그 공에라도 맞아야만 속이 후련할 것 같다 아니면 장외홈런이라도 될듯 시원시원한 타구를 쳐내야 할텐데 나의 야구 재능이 그정도는 되지 못함을 빚맞은 충격에 쩌릿쩌릿한 손가락들이 알고 있다 이상하게도 공이 아주 느리게 느리게 보인다 마치 저 정도의 공은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 다하고도 머리털 쑴풍 빠질듯한 어려운 문제 다 풀고도 방망이를 휘두르면 저 하늘 너머로 날릴정도로 세게 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보다도 느려보이는 공에 실밥의 갯수까지도 셀 수 있을것 같은 공에 나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허공을 가른다 지구의 공전보다도 스윙 헛스윙 헛스윙 헛스윙 간단하게 삼구 삼진을 먹은후에 시원하게 잘 맞은 안타를 때려내지만 저건 안봐도 뻔하다 느려터진 내 다리로는 혹은 불성실한 나의 주루로는 1루베이스도 밟지 못할 것 같다 헬멧을 쓰고 연습장에 들어올 걸 그랬다 팔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들어올 걸 그랬다 어설프게 겁만 많아서 데드볼도 피해버리지 말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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