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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루시드폴 - '평범한 사람' 가사를 보면 용산이 떠오른다(9)
    무화과
  2. 2009/12/15
    서울, 안녕히~
    무화과

루시드폴 - '평범한 사람' 가사를 보면 용산이 떠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루시드폴 4집)중에서

 

이 노래 가사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나는 용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윤석이 용산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를 들으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쫓겨나 골리앗에 올랐을 철거민들을 떠올렸고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을 들으면서

그렇게 올라간 용산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죽어간 다섯 분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이라는 가사는 그래서 지독한 반어법으로 들린다.

세상에 불에 타 죽은, 그것도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아들이 지른 불에 타 죽은 사람이

어떻게 평범하게 죽은 것일 수 있단 말인가.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일평생 남들보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사람들이 맞이한

평범하지 않은 죽음에 대한 지독한 반어법이다.

 

아직 한 참 듣고 있는 중이지만

루시드 폴은 점점 약한 존재들에게 끌리는 것 같다.

뭐 나로서는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세상의 슬픔, 분노를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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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녕히~

오늘 집을 계약하고 왔다. 원래 봐 놨던 집은 참 좋긴 한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집주인이 빚이 너무 많았다.

정말 좋은 집이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포기ㅠㅠ

 

딱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심하게 거슬릴 것도 없는 집으로 계약했다.

이사 날자는 12월 29일로 잡았다. 아. 이제 이사를 가는 구나, 갑자기 실감이 난다.

 

문득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났고, 가장 오랜시간을 살아온 서울.

뭐 파주로 이사간다고 해도 일때문에 그리고 친구들 만나러 자주 서울에 나올거라서

떠난다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실제적인 삶과는 별개로

내 마음이 서울에서 떠나는 거라서 새삼 기분이 싱숭생숭 해진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주소를 엄밀히 따지면 부천이지만

모든 생활권이 서울인지라 지자체 선거 할 때만 빼면 스스로 서울시민처럼 살고있었다.

거의 10년을 살아온 이 동네에서 은근 동네친구도 만들고,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산

동네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정 붙이지 못했다. 새로 이사가는 동네도

동네 자체에 얼마나 정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서울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동네에 정붙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완전히 까먹어버린 일종의 불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1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을 살았던 도시 서울

한 때는 서울과 친하게 지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지금도 딱히 사이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서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픈 마음과

그보다 훨씬 큰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이 도시를 이렇게 도망치듯 떠나는 것을 서울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서울 안에도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이제, 서울이 지겨워졌을 뿐이다.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다시, 언젠가, 서울로 돌아올 수도 있다.

혹은 돌아와야 할 수도,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이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나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문득 서울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이 어떻다고 분석하는 글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바랬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돌아오고 싶지 않은 서울에 대해서

사실은 내가 그리워했지만 사라져버린 서울에 대해서

 

서울, 이젠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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