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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1/30
    다 그렇지 뭐
    무화과
  2. 2009/11/30
    영어만 잘하면 훌륭한 사람 되나?
    무화과
  3. 2009/11/28
    살리에르라도 됐으면(2)
    무화과
  4. 2009/11/28
    토요일
    무화과
  5. 2009/11/25
    출근길
    무화과
  6. 2009/11/23
    집속탄 금지 협약 1주년 데모 웹자보
    무화과
  7. 2009/11/22
    감기 (3)
    무화과
  8. 2009/11/16
    모자를 사야겠다
    무화과
  9. 2009/11/13
    기타를 배운다(3)
    무화과
  10. 2009/11/12
    내가 만만해?
    무화과

다 그렇지 뭐

기다리던 소식은 찾아오지 않는다.

반갑지 않은 편지만 날아올 뿐이다.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욕심을 버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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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훌륭한 사람 되나?

주말에 코엑스에서 하는 유아도서전 가판에 나갔다. 워낙 큰 행사고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실내라서 답답하고 암튼 최고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라 나름 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신종플루 때문에 예년의 절반 정도라고 하지만 그 정도도 너무 많아서 숨막히고 답답했다. 하기사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확실히 예전보다 적어 보이더라.

 

솔직히 나는 어린이 그림책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우리 회사가 또 그 쪽으로 책을 많이 내기때문에 관심을 가져볼까해서 이번 유아도서전은 규모가 크다하니 다른 회사 가판들 다니면서 구경좀 해봐야지 했다. 그런데 구경다닐 여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막상 행사장에 가보니 내가 가 볼만한 가판은 별로 없었다. 학습만화, 완구, 이런 것을 파는 가판이 많았고 제일 많은 건! 영어교재를 파는 가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어관련 상품을 파는 가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우리 회사 바로 앞 가판도 잡다한 영어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마트처럼 아예 장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이 부모님들 조금은 미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할까? 뭐 영어든 뭐든 배워서 나쁠 건 없지만, 마찬가지로 배우는 것이 꼭 영어일 필요는 없는거다. 그림책도 못보고, 만화책도 못보고, 영어공부를 해야만 한다면! 요새 애들은 학교가기도 전에 지옥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영어 못해서 한 맺힌 사람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영어 더 잘하고 싶고, 영어 더 잘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좋은 게 많다. 영어를 많이 잘한다면 그토록 원하는, 세익스피어와 제인오스틴을 원서로 볼 수도 있을 것다. 하지만 내가 그 나이에, 10살 이전에, 영어공부를 했다면 영어는 잘 했을지 몰라도 다른 것은 지금보다 더 못하게 됐을 거다. 어쩌면 영어원서를 볼 정도로 영어는 잘하지만 소설책을 읽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감성을 형성하지 못했을 거고, CNN뉴스를 보고 다 알아들으면서도 정작 내 머리로 무언가를 판단할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영어공부 한다고 다들 그렇게 되는건 아니지만, 나의 상식으로는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면, 결국 무언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다른 것들은 얻지못하는 수밖에 없다. 이대로 온 나라가 미쳐서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교육에 몰두한다면 이 아이들은 정말 영어는 잘하지만 그 잘하는 영어로 소설도 못쓰고, 자기주장도 못하는 정말이지 영어만 잘하는 바보가 될 거 같다.

 

출세하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다고 하더라도, 세상 사람이 죄다 영어잘하면 내가 영어 잘하는 건 장점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남들이 다 영어 잘하니까 나는 그냥 다른거 잘해서 세상에 보탬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안되나? 어차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 넘쳐나는데. 영어 잘해봤자 아무 출세도 못하는데 도대체들 왜 그리 영어에 목을 매다는지. 미국가서 학위 받아오려고 그러나? 근데 그럴 수 있는 재력이 되는 사람은 아주 많지는 않을텐데. 그냥 여행다닐 때 써먹을 정도의 영어는 지금 나 정도면 된다. 초중고 학교에서 배운영어만으로도 충분하다. 영어만 잘해봤자 아무 것도 안될텐데 마치 영어만 잘하면 다른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나 보다.

 

정말이지 이 아이들이 유창하게 영어로 된 조지오웰의 소설을 아무런 감동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술술 읽어내려가게 될까봐 두렵다. 그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지고도 생각이 없고 가치관이 없어서 결국 지금 나처럼 초보 회화수준의 언어만 구사하게 될까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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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라도 됐으면

토요일에 일하는거 좋구나(단 주중에 하루 쉴 수 있다는 전제하에)

평소같으면 불가능했을텐데, 나랑 디자이너 선배 둘 만 있다보니

라디오를 켜놓구 일 할 수도 있다.

 

이문세가 진행하는 프로에 김광진 노래가 계속 흘러나온다.

매주 한 명(혹은 한 팀)씩 선정해 그 사람 음악을 틀어주나 보다.

진심, 편지, 마법의 성, 여우야, 송가, happy hour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내가 처음으로 샀던 앨범이 더클래식1집이었다.

그 뒤로 쭈욱 더클래식과 김광진의 앨범은 거의 다 샀다(김광진 솔로앨범 한 갠가 빼고)

김광진은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참 예쁘게 부른다

게다가 노래를 만드는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

이문세의 말마따나 서태지와 듀스 룰라 등 댄스(?)가요로 재편된 90년대 가요계에서

김광진은 자기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색깔을 가진 음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세련된 멜로디가 김광진의 어설픈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디자이너 선배랑 김광진은 외모만 빼면 엄친아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더클래식 3집에 '살리에르의 슬픔'이란 노래가 있다.

다가설 수 없는 천재 모짜르트를 향한 살리에르의 질투가 담겨있는 노래다.

살리에르가 나쁜놈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그 질투와 욕망이 참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들으면 김광진이 스스로를 살리에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넘을 수 없는 천재앞에서 인간으로 좌절하는.

그런데 김광진 노래 참 잘 만든다. 뭐 천재는 아니겠지만 그정도 잘 만들면 어디냐

문득 살리에르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살리에르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었을 터, 인간이 아닌 상대를 만난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암튼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짜르트를 만나도 질투심보다는 경외심이 앞서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살리에르도 도달하기 힘든 사람이다.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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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갑자기 할 일이 조금 많아졌는데

다음주는 재판에다 사무실 정리(거의 이사가는 급이 될까 두려움)에다

암튼 일할 날이 없어서 토요일임에도 일하러 왔다.

아무리 재판간다고 해도 담주 화요일에 또 휴가 쓰니까 부담도 덜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좀 집중해서 일 속도도 내고 싶었다.

 

근데 와보니 너무 좋다. 조용하고 고요한 사무실은 말 할것도 없고

출근길이 너무 편하고 시간도 훨씬 덜 걸린다.

평소에는 7시 10분에 집에서 나오면 지하철1호선과 2호선을 타고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때때로 서서 책 읽을 수도 없이 바글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2200번 버스도 앉아서 오려면 한 대 정도는 보내고

자유로는 또 안막히는 듯 하면서 은근히 막혀서 8시 40분쯤 도착하게 된다.

근데 오늘은 집에서 7시 40분에 나왔는데

1호선 2호선 모두 앉아서 편하게 오고 2200번 버스도 한 대 보내지 않고도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게다가 자유로가 뻥뻥 뚤려서 합정에서 파주까지 20분밖에 안걸리고

그래서 8시 40분, 딱 한 시간만에 회사에 왔다.

 

앞으로 주말에 나오고 주중에 이틀 쉰다고 해볼까?ㅋㅋ

암튼 출근길이 이리 쾌적하면 참 좋으련만....

내 하는 일은 은근히 요일과 상관없이 굴러갈 수 있는데,

남들 일할 때 놀고 놀 때 일하고(같이 놀고 싶지만) 그러면 참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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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버스에서 깜박 졸다가, 아니 푹자다가 못 깨어나서 출판단지를 지나쳐 버렸다. 예전에도 종종 한 정거장 더 간 적은 있지만 눈 떠보니 낯선 풍경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가운 아침 바람에 졸음을 털어내고 주변을 살펴보니 모르는 길은 아니다. 여기서 회사까지는 대략 걸어서 30분 안쪽으로 떨어지는 거리. 어차피 파주로 이사오면 주로 자전거를 타겠지만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걷고싶은 날은 있을테고, 그럴땐 이 길을 걸을테니 뭐 잠도 쫓고 길도 익힐겸 걸어서 사무실에 왔다.

 

꾸무럭 거리던 하늘은 마침내 빗방울을 떨궈낸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쓰고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다. 옆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굉음이 무시무시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더라도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지는 못하겠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노래를 목청껏 불어제낀다. 아무도 듣는 이 없으니 그렇게 크게 부를 수 있는거다. 자동차마저 없으면 좋았겠지만, 비오는 아침 혼자서 걷는 길은 충분히 좋았다. 둘레는 죄다 논밭이고 희미한 안개 덕분에 저 멀리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눈으로 식별이 안된다.

 

차분히 다소곳이 비는 내리고, 걷다보니 발등이 축축해온다. 요새 발이 아파 운동화를 신은 탓이다. 하기사 운동화 아닌 다른 신발은 모두 바닥이 갈라져 비오는 날은 아예 신을 수 없다. 비와 함께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여름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쓰던 청주교도소가 떠오르고, 이제는 만날 수 없게된 사람들이 떠오르고, 요새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걱정하시는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먼 데 살아서 자주 볼 수 없는 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빗속을 자전거로 달려 다다른 산골 구멍가게에서 먹었던 고로케가 떠오른다. 가을비 혹은 겨울비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이 비가 내게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사무실에와서 노래를 듣는다. 오랫만에 더클래식의 '여우야'를 듣는다. 이런날은 그냥 일 안하고 하루종일 노래만 듣고 싶다. 사진첩을 꺼내어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내고 싶다. 자다가 제 때 못내린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들, 감정들이 나를 찾아왔다. 괜찮다. 가끔씩 일부러 두어정거장 지나거 내려 걸어와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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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 금지 협약 1주년 데모 웹자보

 

간만에 만든 웹자보. 선명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듯. 대체로 만족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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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목요일,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목이 너무 쓰려왔다.

춥다고 창문 꽉 닫은 채 히터를 틀어대서 건조한가보다 했다.

그래서 저녁에 날맹과 조은과 만났을 때

일부러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하루종일 수분 부족으로 칼칼한 목을 적시려고.

그런데 금요일, 목이 여전히 아프다.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이상하네. 환기도 충분히 하고 물도 이곳 저곳에 뿌리고

확실히 건조한 건 아닌데. 점심먹고 나자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한다.

아뿔사 감기가 온거구나. 목이 아플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감기를 깨닫자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진다. 일이 하나도 손에 안잡힌다.

코가 막혔다. 코로 숨을 못쉬니 뇌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하나도 안돌아간다. 출소하기 한 달 전, 코막힘으로 시작된 감기에

된통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서 코가 막히면 무섭다. 또 그렇게 아플까봐.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에 가서 코도 풀고

눈물을 머금고 코로 물을 들이마셔 입으로 내뱉는다.

저녁에 있는 백승덕 후원주점을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

고동한테 받을게 있으니 잠깐이라도 들렸다 가기로 한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요기나 대충하고 주점가서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겠지만

감기 걸렸을 때는 밥을 꼬박 챙겨 먹는다. 몸이 피곤하거나 체력이 떨어져서

면역력이 약할 때 감기는 나에게 찾아온다. 다른 약이 필요없다. 밥과 휴식이 가장 좋은 약이다.

집에 가면 좋겠지만, 일단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 몸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결국 일본에서 온 진진까지 오고, 새벽에 택시타고 집에 왔다.

졸다가 택시타고 역곡까지 가서 집에 걸어왔다ㅠㅠ

토요일, 일어나서 아침밥은 먹었지만 콧물이 더 심해지고 기침까지 나온다.

숨위 안쉬어지니 답답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목이 찟어지는 듯 아프다.

일단 따뜻한 샤워로 몸을 덮히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푹 쉰다.

땀을 쭉 빼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싶다.

한참 자고 일어나보니 2시. 원래계획했던대로 머리 깎고 작은책 글쓰기 모임가려면 서둘러야한다.

솔직히 가기 싫다. 가지 말까 생각해본다. 개똥이네 마감하는데 간식사들고 간다했는데,

결국 온몸을 칭칭감고 집을 나선다. 머리를 깎고 맛있어 보이는 빵을 사서 개똥이네 간다.

작은책 글쓰기 모임. 정말 진상이 인간이 또 헛소리 해댄다. 자쯩이 불끈 불끈 오른다.

저 인간이 여기 안나오던지 내가 안나오던지 해야할 성 싶다.

몸이 아파서, 목이 아파서 저절로 잘 참았다.

진진이 연락이 왔다. 홍대 앞에서 술마시고 있으니 오라고

또 고민에 빠진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냥 집에 가서 쉬는 게 맞다.

나는 누군가 놀자고 하는 약속을 정말 거절못하나보다 .

터벅터벅 힘 빠진 몸으로 걸어간다. 감기라니... 한 번 씩 아프면서 몸 안에 쌓인 독이

열과 함께 다 타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프면 다 싫다. 그냥 건강한게 최고다.

술자리에서 시간이 깊어질 수록 몸이 견디질 못한다. 결국 먼저 일어나서 집에 온다.

어떻게 온지도 모르게 집에 와서 잠잔다. 감기 걸리면 먹고 자고가 제일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전히 코는 막혀있고 목은 따끔거리지만 어제보다는 괜찮다.

원래 이번 주말엔 영화도 보고 서점가서 참고할 책들도 좀 볼 계획이었는데

그냥 집에 있기로 한다. 내일부터 출근해서 또 일주일 일해야하는데,

빨리 회복해놓지 않으면 다음주 내내 고생일텐데... 집에서 푹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는게 좋겠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영양제 맞아가며 경기에 나서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도 그런 거 한 방 맞으면 확 회복될거 같단 생각도 해본다.

이왕 온 감기 아플거 있으면 오늘까지만 제대로 아파주고 내일아침에 말끔히 나아서

산뜻하게 출근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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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사야겠다

모자를 써 본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조금 바뀌었지만 워낙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어서

모자나 귀마개 목도리와 같은 월동장비가 하나도 필요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겨울에 항상 목도리를 챙겨다니기는 하지만 모자는 한 번도 써 본 기억이 없다.

구멍이 뻥뻥 뚤린 자전거 헬멧도 답답해서 못쓰기 때문에 다른 모자들은 써 볼 엄두도 안났다.

농담삼아서 군대가면 철모 써야하기 때문에 병역거부 한다고 하기도 했다.

 

어제 용산에 굿을 보러 갔다. 추운날인지 알고 있어서 미리 준비를 했다.

두꺼운 겨울옷에 목도리를 칭칭감고 얼굴을 반쯤 가린채 나름 추위에 대비를 했다.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몸이 점점 으슬으슬 해오기 시작했다.

두꺼운 겨울 옷을 입은 몸뚱아리는 괜찮은데, 목도리로 칭칭 감아싼 얼굴은 괜찮은데

머리 꼭대기에서 냉기가 서늘하게 내려왔다.

어쩐지 내 몸의 모든 온기가 머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칭칭 감아싼 부분까지 냉기가 든 것처럼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모자를 쓰고 다녀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모자 쓰고 다니면 통풍이 안되서 탈모에도 안좋다던데...

그래도 이제 춥게 다니는 건 싫다. 따뜻한게 좋다.

 

살면서 하나씩 필요한 것이 늘어가는구나.

내 몸뚱이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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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배운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파주에 들어와 살려면 쬐금은 심심할 거 같아서

그 덕분에 책은 많이 읽을 수 있겠지만, 온종일 책만 읽을 수는 없어서

새로운 취미를 가지기로 마음 먹었다.

 

갑자기 착해져서 자신이 가진것을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정신으로

딱 세 번만 무료강습 해준다는 완형이 형과 구두계약?을 하고

어제부로 기타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는 커녕 다른 악기도 다뤄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부담이 없다.

나쁜 습관도 없고 어설픈 지식도 없으니 처음부터 차근 차근 배우면 된다.

 

첫 수업 후 느낌은 왼손이 많이 아프겠구나 였다. 코드를 잡는 왼손에 힘이 너무 부족하다.

기타 줄이 플랫에 닿아야 하는데 힘이 잘 안들어가니 줄을 튕겼을 때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가야금 처럼 퉁퉁 끊긴다.

있는 힘껏 누르다 보면 밑에 줄을 건드려 바로 그 줄은 소리가 잘나도 다른 줄이 소리가 안난다.

30분정도 연습하고 나니 왼손가락 끝이 얼얼하고 후끈 거린다.

아마도 한 번 쯤 군살이 박히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거 같다.

 

날마다 30분 이상씩 연습하라고 해서 오늘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왔다.

집에는 기타가 없고 저녁에는 다른 일들이 많으니 아침 일찍 나와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연습하는 게 제일 좋다. 가을비가 내리니 기분도 차분해지고 더욱 좋다.

비오면 악기들은 안좋아하겠지만.

 

은근히 성질이 급한편이라 배우는 걸 잘 못한다. 처음에는 이해력이 좋은 편이라서 잘 배우지만

어느 정도에 다다랐을 때, 진도가 잘 안나가서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할 상황에 가면

늘지 않는 실력을 견디지 못한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 어느 것 하나 힘들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이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악기중에 가장 쉽다는 기타 하나도 왼손가락 군살박혀가는 정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익힐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며칠 뚝딱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

 

내년 봄 정도면 간단한 기타연주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겨우내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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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만해?

워낙 쓸데없는 이야기 많이하고 실없는 장난 많이 치고 되도록 진지한 이야기는 안하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 골려먹을까 깐죽거릴 수 있을까 고민은 안하지만

맨날 그런 생각만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오고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같은 사람 만나면 참 별거 아닌 사람이라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나를 언제봤다고, 나와 이야기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사람이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거 보고 혹은 나와 친한 사람이 나한테 하는거 보고

나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참 이게 뭔가 싶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살짝 화가 날 듯 하다가도, 뭐 어차피 내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지

별 상관도 없고, 그 쪽에 쓸 마음도 신경도 없는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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