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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목요일,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목이 너무 쓰려왔다.

춥다고 창문 꽉 닫은 채 히터를 틀어대서 건조한가보다 했다.

그래서 저녁에 날맹과 조은과 만났을 때

일부러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하루종일 수분 부족으로 칼칼한 목을 적시려고.

그런데 금요일, 목이 여전히 아프다.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이상하네. 환기도 충분히 하고 물도 이곳 저곳에 뿌리고

확실히 건조한 건 아닌데. 점심먹고 나자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한다.

아뿔사 감기가 온거구나. 목이 아플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감기를 깨닫자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진다. 일이 하나도 손에 안잡힌다.

코가 막혔다. 코로 숨을 못쉬니 뇌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하나도 안돌아간다. 출소하기 한 달 전, 코막힘으로 시작된 감기에

된통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서 코가 막히면 무섭다. 또 그렇게 아플까봐.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에 가서 코도 풀고

눈물을 머금고 코로 물을 들이마셔 입으로 내뱉는다.

저녁에 있는 백승덕 후원주점을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

고동한테 받을게 있으니 잠깐이라도 들렸다 가기로 한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요기나 대충하고 주점가서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겠지만

감기 걸렸을 때는 밥을 꼬박 챙겨 먹는다. 몸이 피곤하거나 체력이 떨어져서

면역력이 약할 때 감기는 나에게 찾아온다. 다른 약이 필요없다. 밥과 휴식이 가장 좋은 약이다.

집에 가면 좋겠지만, 일단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 몸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결국 일본에서 온 진진까지 오고, 새벽에 택시타고 집에 왔다.

졸다가 택시타고 역곡까지 가서 집에 걸어왔다ㅠㅠ

토요일, 일어나서 아침밥은 먹었지만 콧물이 더 심해지고 기침까지 나온다.

숨위 안쉬어지니 답답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목이 찟어지는 듯 아프다.

일단 따뜻한 샤워로 몸을 덮히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푹 쉰다.

땀을 쭉 빼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싶다.

한참 자고 일어나보니 2시. 원래계획했던대로 머리 깎고 작은책 글쓰기 모임가려면 서둘러야한다.

솔직히 가기 싫다. 가지 말까 생각해본다. 개똥이네 마감하는데 간식사들고 간다했는데,

결국 온몸을 칭칭감고 집을 나선다. 머리를 깎고 맛있어 보이는 빵을 사서 개똥이네 간다.

작은책 글쓰기 모임. 정말 진상이 인간이 또 헛소리 해댄다. 자쯩이 불끈 불끈 오른다.

저 인간이 여기 안나오던지 내가 안나오던지 해야할 성 싶다.

몸이 아파서, 목이 아파서 저절로 잘 참았다.

진진이 연락이 왔다. 홍대 앞에서 술마시고 있으니 오라고

또 고민에 빠진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냥 집에 가서 쉬는 게 맞다.

나는 누군가 놀자고 하는 약속을 정말 거절못하나보다 .

터벅터벅 힘 빠진 몸으로 걸어간다. 감기라니... 한 번 씩 아프면서 몸 안에 쌓인 독이

열과 함께 다 타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프면 다 싫다. 그냥 건강한게 최고다.

술자리에서 시간이 깊어질 수록 몸이 견디질 못한다. 결국 먼저 일어나서 집에 온다.

어떻게 온지도 모르게 집에 와서 잠잔다. 감기 걸리면 먹고 자고가 제일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전히 코는 막혀있고 목은 따끔거리지만 어제보다는 괜찮다.

원래 이번 주말엔 영화도 보고 서점가서 참고할 책들도 좀 볼 계획이었는데

그냥 집에 있기로 한다. 내일부터 출근해서 또 일주일 일해야하는데,

빨리 회복해놓지 않으면 다음주 내내 고생일텐데... 집에서 푹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는게 좋겠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영양제 맞아가며 경기에 나서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도 그런 거 한 방 맞으면 확 회복될거 같단 생각도 해본다.

이왕 온 감기 아플거 있으면 오늘까지만 제대로 아파주고 내일아침에 말끔히 나아서

산뜻하게 출근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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