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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배운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파주에 들어와 살려면 쬐금은 심심할 거 같아서

그 덕분에 책은 많이 읽을 수 있겠지만, 온종일 책만 읽을 수는 없어서

새로운 취미를 가지기로 마음 먹었다.

 

갑자기 착해져서 자신이 가진것을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정신으로

딱 세 번만 무료강습 해준다는 완형이 형과 구두계약?을 하고

어제부로 기타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는 커녕 다른 악기도 다뤄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부담이 없다.

나쁜 습관도 없고 어설픈 지식도 없으니 처음부터 차근 차근 배우면 된다.

 

첫 수업 후 느낌은 왼손이 많이 아프겠구나 였다. 코드를 잡는 왼손에 힘이 너무 부족하다.

기타 줄이 플랫에 닿아야 하는데 힘이 잘 안들어가니 줄을 튕겼을 때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가야금 처럼 퉁퉁 끊긴다.

있는 힘껏 누르다 보면 밑에 줄을 건드려 바로 그 줄은 소리가 잘나도 다른 줄이 소리가 안난다.

30분정도 연습하고 나니 왼손가락 끝이 얼얼하고 후끈 거린다.

아마도 한 번 쯤 군살이 박히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거 같다.

 

날마다 30분 이상씩 연습하라고 해서 오늘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왔다.

집에는 기타가 없고 저녁에는 다른 일들이 많으니 아침 일찍 나와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연습하는 게 제일 좋다. 가을비가 내리니 기분도 차분해지고 더욱 좋다.

비오면 악기들은 안좋아하겠지만.

 

은근히 성질이 급한편이라 배우는 걸 잘 못한다. 처음에는 이해력이 좋은 편이라서 잘 배우지만

어느 정도에 다다랐을 때, 진도가 잘 안나가서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할 상황에 가면

늘지 않는 실력을 견디지 못한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 어느 것 하나 힘들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이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악기중에 가장 쉽다는 기타 하나도 왼손가락 군살박혀가는 정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익힐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며칠 뚝딱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

 

내년 봄 정도면 간단한 기타연주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겨우내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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