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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안개가 자욱하다.

한강이 옆에 흐르고 임진강과 만나는 조강도 멀지 않고

군데 군데 습지와도 비슷한 물웅덩이가 많아서인지

이곳은 안개가 자주 낀다.

어쩔때는 차타고 가면서 길이 안보여서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가는데 사거리를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가 순식간 확 걷히기도 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조마조마하며 달려왔더 길을 뒤돌아보면

불과 몇 초 전까지도 자욱했던 안개가 사라지고 낮은 건물들이 슬며시 자리잡고 있는 거다

 

오늘은 안개가 유난히 짙으면서 오래간다.

출근시간에 자욱했던 안개는 업무를 시작할 때면 걷히기 마련인데,

오늘은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혹은 누구를 이렇게 포근하게 숨겨주려는지

좀처럼 안개가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몽롱한 기분으로 하루 일을 시작한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안개같은 것이 세상의 두려운것, 추한것, 피하고 싶은것을 가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혹은 아름다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을  안개가 숨겨주는 것도 좋겠다.

명동성당에 날마다 안개가 자욱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갑자기 든다. 

 

안개가 걷히면 왠지 잠에서 깨어나 여운처럼 남겨진 꿈을 그리워할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되도록 안개가 걷히지 말고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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