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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라도 됐으면

토요일에 일하는거 좋구나(단 주중에 하루 쉴 수 있다는 전제하에)

평소같으면 불가능했을텐데, 나랑 디자이너 선배 둘 만 있다보니

라디오를 켜놓구 일 할 수도 있다.

 

이문세가 진행하는 프로에 김광진 노래가 계속 흘러나온다.

매주 한 명(혹은 한 팀)씩 선정해 그 사람 음악을 틀어주나 보다.

진심, 편지, 마법의 성, 여우야, 송가, happy hour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내가 처음으로 샀던 앨범이 더클래식1집이었다.

그 뒤로 쭈욱 더클래식과 김광진의 앨범은 거의 다 샀다(김광진 솔로앨범 한 갠가 빼고)

김광진은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참 예쁘게 부른다

게다가 노래를 만드는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

이문세의 말마따나 서태지와 듀스 룰라 등 댄스(?)가요로 재편된 90년대 가요계에서

김광진은 자기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색깔을 가진 음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세련된 멜로디가 김광진의 어설픈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디자이너 선배랑 김광진은 외모만 빼면 엄친아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더클래식 3집에 '살리에르의 슬픔'이란 노래가 있다.

다가설 수 없는 천재 모짜르트를 향한 살리에르의 질투가 담겨있는 노래다.

살리에르가 나쁜놈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그 질투와 욕망이 참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들으면 김광진이 스스로를 살리에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넘을 수 없는 천재앞에서 인간으로 좌절하는.

그런데 김광진 노래 참 잘 만든다. 뭐 천재는 아니겠지만 그정도 잘 만들면 어디냐

문득 살리에르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살리에르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었을 터, 인간이 아닌 상대를 만난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암튼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짜르트를 만나도 질투심보다는 경외심이 앞서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살리에르도 도달하기 힘든 사람이다.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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