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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1/12
    이주영 선생님 글(1)
    무화과
  2. 2009/11/11
    2009/11/11
    무화과
  3. 2009/11/05
    안개
    무화과
  4. 2009/11/04
    동창회에서 국민의례?
    무화과
  5. 2009/11/02
    월요일 새벽
    무화과
  6. 2009/11/01
    상수리나무 아래
    무화과

이주영 선생님 글

두근두근 탐험대 5권 추천사를 써줄 사람으로 이주영 선생님 글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주영 선생님은 글쓰기연구회 여름연수 때 처음 보고, 글쓰기연구회 강좌에서 또 봤다.

근데 이분 좀 장난이 아니다. 나는 왜 이런 선생님 한 번 못만나봤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포스가 표정과 몸가짐에서 마구 풍겨져 나오는 분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참 점잖고 품위있는 분인데 아이들 앞에서는 마구 망가지고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함께 장난치고 노는 분이다.

글쓰기연구회 강좌 때 잠깐 들춰진 신비한 과거(밝혀지면 선생님 못할지도 모르는) 덕분에

더욱 궁금하고 재미있는 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은 마포초등학교에선가 교감선생님으로 재직중이시다.

승진을 위해서 아이들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교감 제의가 들어와서 많이 고민하셨다고 한다.

교감이 되고 나니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거 같아 너무 아쉽다고 하신다.

 

암튼 이주영 선생님 글을 찾아보는데, 글 참 잘쓰신다.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입에 딱 달라붙는 글이다. 이오덕, 권정생, 임길택 선생님에 대한 글인데, 글쓴이의 마음이

다소곳하게 잘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과장이나 치장 따위는 애시당초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이런 글이 좋다. 글쓴이의 마음씀씀이가 솔직하게 담겨있는 글.

그래서 물흐르는 듯, 바람이 부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글.

이주영 선생님의 글도 너무 좋고, 글에 인용된 이오덕, 권정생, 임길택 선생님의 시도 죄다 좋다.

아침부터 이런 글 한 편 읽으면 하루가 기분이 좋다.

 

이주영 선생님의 좋은 글 읽은 기념으로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남겨놓자.

살아가면서 자꾸 무뎌지고, 까먹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구절이다.

 

"...(전략) 오줌통 때문에 마음 놓고 어디 쏘다니지 못한 권선생님이 저 세상에서는 오줌통 떼어버리고 남녘이고 북녘이고 훌훌 싸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다 다시 갑돌이로 태어나 갑순이 하고 사랑도 하고 오순도순 사는 거 보고 싶다.  우리들이 그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세상 만들기는 진작에 글렀다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 많아졌지만, 그런 꿈도 못 꾸나? 죄 될 일도 아닌데."

 

죄 될 일도 아닌데... 자꾸 마음에 남는다. 어느새 너무 쉽게 포기하고 기대하지 않고 사는 법을 익혀가고 있는 건 아닌지. 꿈도 못 꾸나? 죄 될 일도 아닌데.... 갈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 헤깔리는데, 마음이 맑아지는 참 좋은 글 만나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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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이제 독한 커피로 정신차리는 일은 그만둬야겠다.

그 전에 밤늦도록 술 들이붓는 일을 그만둬야겠다.

그 전에 혼자 남겨져 쓸쓸한 마음을 애써 반갑게 맞이하는 위선을 그만둬야겠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을 내가 미워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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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안개가 자욱하다.

한강이 옆에 흐르고 임진강과 만나는 조강도 멀지 않고

군데 군데 습지와도 비슷한 물웅덩이가 많아서인지

이곳은 안개가 자주 낀다.

어쩔때는 차타고 가면서 길이 안보여서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가는데 사거리를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가 순식간 확 걷히기도 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조마조마하며 달려왔더 길을 뒤돌아보면

불과 몇 초 전까지도 자욱했던 안개가 사라지고 낮은 건물들이 슬며시 자리잡고 있는 거다

 

오늘은 안개가 유난히 짙으면서 오래간다.

출근시간에 자욱했던 안개는 업무를 시작할 때면 걷히기 마련인데,

오늘은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혹은 누구를 이렇게 포근하게 숨겨주려는지

좀처럼 안개가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몽롱한 기분으로 하루 일을 시작한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안개같은 것이 세상의 두려운것, 추한것, 피하고 싶은것을 가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혹은 아름다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을  안개가 숨겨주는 것도 좋겠다.

명동성당에 날마다 안개가 자욱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갑자기 든다. 

 

안개가 걷히면 왠지 잠에서 깨어나 여운처럼 남겨진 꿈을 그리워할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되도록 안개가 걷히지 말고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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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에서 국민의례?

" 99%가 동창회에 가서도 국민의례를 하는데 노조 개인행사이니 국민의례도 하지 않겠다 하니까 문제입니다. (두영택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 "

 

경향신문에 난 기획기사를 보다가 졸음이 확 달아나버렸다.

두영택이라는 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도 않지만,

상당한 센스와 남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 같다.

 

뭐 동창회 모임에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99%가 동창회에서 국민의례를 한다니...

이건 코메디라고 해야하나, 무시무시한 상상력이라 해야하나, 아님 그냥 거짓말로 치부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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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벽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잠 잘자는 것이 내 특기인만큼

지금이라도 누워있으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코를 골며 잠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의식은 아주 또렷하게 지금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고 있다. 그냥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신기한 일이다. 이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니.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 남은 부분을 마저 다 읽고,

녹색평론에서 나온 <잔치가 끝나면..>어쩌고 하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책을 하도 집중해서 읽다보니 머리가 아프다.

이제 좀 술술 넘어가는 책으로 바꿔읽어야겠다.

그래서 골라잡은 책이 보리피리 시리즈중 이호철 선생님이 쓴 <우리소 늙다리>

김승옥의 소설을 하나 읽어볼까하다가 괜히 머리만 더 아플거 같아서

부담없는 걸로 골랐다. 보리피리 시리즈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봐서 이것도 기대된다.

 

이제 몇시간 후면 출근해야하는데,

게다가 월요일. 휴식없이 또 일주일을 내달려야하는데.

이런저런 걱정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책이나 읽고싶은 마음이 더 간절한 새벽이다.

뭐, 뜬눈으로 밤 지새우면 내일 회사에서 커피 진하게 내려 먹으며 버티면 되겠지.

이런 심정이다. 그래 술먹고 밤새는 것보다는 내일이 고되지는 않을거야. 이런 생각이다.

 

회사가는 게 싫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즐거운 일이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무작정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내일 출근해서 졸음에 정신없어서 다른 생각 다른 감정이 떠오르지 않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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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

상수리나무 아래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 바람이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바람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가슴이 휑하다. 허전하다. 갑자기 실감하게 된 어떤 감정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대체로 이럴때 친구 만나서 술마시면 잠깐동안은 괜찮아 진다. 잠깐동안은. 결국 지나갈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허전함, 휑한 기분이 내 몸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함께 잘지내보려고 비오는 토요일 김치전도 해먹어보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시인의 마음과는 살짝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도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잠깐동안 얼큰할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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