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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3/07
    커피(1)
    무화과
  2. 2010/03/02
    기다림
    무화과
  3. 2010/03/01
    2010/03/01(1)
    무화과

커피

언제였더라 커피를 마시게 된 게...

짐자무시의 '커피와 담배'를 보면서(재성이랑 술먹고 봐서 중간이 졸았지만 ㅠㅠ)

나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싶단 생각을 했던 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전쟁없는세상 초창기까지 난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중학교까지는 워낙 모범생이어서 선생님과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거는 안해서 안마셨고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거는 신경 안썼지만

커피를 마시면 이상하게 속이 더부룩해서 안마셨다.

내가 원래 유제품과 잘 맞지 않는데, 아마도 커피에 들어있는 프림때문이려니 했다.

대학때는 IMF 직격탄을 맞은 때라서 커피숍 갈 돈은커녕 밥먹을 돈도 없었고

믹스커피는 여전히 속이 더부룩해져서 안마셨다.

 

아마도 전쟁없는세상이 서대문 아랫집에 있을 때,

신혜가 베트남 다녀오면서 선물로 커피를 줬고,  때마침 오리 동생이 커피포트를 선물해 줬고

그들의 호의를 모른채 할 수 없어 억지로 먹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냥 썼다.

뭐 맥주도 처음 마셨을 때는 썼지만 먹다보니 괜찮아졌던 것처럼 커피도 그러려니 계속 노력했다.

노력 끝에 아주 즐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추운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커피가

생각나고 피곤할 때 한 잔씩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프림이 들어간 커피나 카페라테처럼 우유가 섞인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프림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게 된 거는 수감생활에서였다.

감옥 안에서 난 먹을 거에 대해 조금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초반에는 커피는커녕 과자도 손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금씩 무뎌지고 누그러지며 군것질도 하게 되었다.

워낙 먹을 것이 없으니까, 아메리카노는 마실 수 없으니까,

1회용 믹스커피라도 가끔씩 먹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몸이 적응해버렸다.

마구 좋아하지는 않아도 먹고나서 속이 더부룩해지지는 않았다.

 

출소하고 나서는 원두커피도 믹스커피도 곧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왠지 뿌듯^^)

 

그렇다고 커피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내가 내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게 싫었다. 커피뿐만 아니라, 담배와 같은 중독성이 짙은 것들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커피숍에 가면 마시는 정도. 혹은 사무실에서 아이들과 두런두런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마시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새 부쩍 커피가 많이 땡긴다. 그것도 맛있는 커피가.

한 잔, 두 잔 먹던 것이 이제 중독이 되었나? 아니다. 중독이라고 말하긴 나는 아직 멀었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혼자서는 절대 커피 안 마실텐데, 집에서 한 잔씩 내려먹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도 예전에는 술마시러 가고 싶을 찬스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싶기도 한다.

 

지금도 일하다 재미없으니까 혼자 커피내려서 마시며 포스팅하고 있다.

 

커피를 안마시다가 마시게 되고, 이젠 맛있는 커피를 찾게 되고

그동안 학교를 떠나고 전쟁없는세상을 떠나고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언젠가 카페라테를 즐기게 되는 날이 오면, 혹은 밀크티를 즐기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또 무엇이 변해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누구와 있을까.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커피는 쓰다는 것.

 

싫어할 때도 썼고, 그냥 마셨을 때도 썼고, 맛있는 지금도 쓰고, 앞으로 커피에 대한 취향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쓸 거라는 것. 커피는 원래 쓴 맛이 나는 음료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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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며 살았던 적이 있다.

날마다 편지가 배달되는 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다.

빈 편지통, 혹은 가득차 있지만 기다렸던 편지는 오지 않는 나날들.

그러다가 기다리던 편지가 오는 날이면 뛸듯이 기뻐 철창밖으로 날아갈 것 같던 기분.

그리고 또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기다림.

어쩌면 그 당시 나에게는 편지 자체보다도 기다리는 시간이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유난히 추위가 길게 느껴지던 올 겨울, 내내 봄을 기다렸다.

아직 겨울이 빈 나무가지끝에 남아있지만 꽃샘추위가 마지막 한탕을 벼르고 있지만

그래도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기다리던 봄이 와버렸으니 난 또 무얼 기다리며 살아가나.

 

시와 1집이 드디어 나왔다, 내가 출소하고 나서 얼마 안됐을 때 1집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1집이 나왔다. 당연히 바로 샀다. 이미 공연에서 다 들어본 노래지만,

레인보우와 함께 공연할 때랑은 곡 분위기가 사뭇 달랐지만 여전히 위로가 되는 노래들.

한동안 시와1집에 파묻혀 살게 될 거 같다.

기다리던 시와1집이 나왔으니 난 또 무얼 기다리며 살아가나.

 

이제 3월. 2010년 프로야구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프로야구 개막해버리면 또 무얼 기다리며 살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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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1.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필요를 못느끼겠다. 그냥 이제 나도 그 사람이 싫다.

 

2.

나를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을 내가 그리워해야할 필요를 이제는 못느끼겠다. 그냥 이제 나도 그 사람들 안보고 사는 게 좋다.

 

난생 처음으로 과거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

선미는 내 이야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창언이도 내 이야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창언이에겐 미안했고 선미에겐 서운했다.

병역거부도 하고 나름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게 불편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그래도, 솔직한 마음은 선미가 나에게 공감해주길 바랐다.

그사람들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병역거부를 하지 않았다면, 남들이 보기에 자유롭게 살지 않았다면, 선미나 창언이가 나에게

일말의 부채의식이나 미안함이 없었다면, 내가 했던 말이 불편했을까?

 

안다. 친구들이 불편했던 건 내가 병역거부를 했고 기타 등등이 아니라, 내가 했던 말이라는 걸.

그래도 아주 속좁은 생각인 줄 알면서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병역거부를 했고

내가 활동가로 살았었고... 이런 것들 때문이라고. 자꾸 아닌 줄 알면서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주 잘못된 생각으로 내린 잘못된 결론인 줄 또렷히 알면서도

병역거부도 내 기억에서 지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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