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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의름의 끝은 어디인가

생협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한미 fta에 관해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2 주일이 지나서야 원고를 마쳤다. 글을 읽는 대상이 생협회원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했는지 전체적인 내용구성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원고마감을 일주일이나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불평않고 점잖이 재촉해 준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사례로 살펴보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겉과 속’

- 민병기(민주노동당대전광역시당 정책국장)


   지난 7월 14일 한미 FTA 2차 협상은 미국측 협상단의 일방적인 협상취소로 무산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9일,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나 의약품 적정가 책정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의약품 적정가 책정 정책은 한국 정부의 의료보험수가 현실화를 위한 조치로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보험수가에 반영되는 약값이 지금보다 하향조정 되어 병의원의 수가하락의 효과를 나타내게 되고 환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 문제에 대해 전체 협상을 취소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한국 의약품 시장의 약 65%는 국내 제약업체가 점유하고 있고 35% 정도를 외국계 제약업체가 점유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외국계 제약업체의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업체들간의 시장점유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의약품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OECD 국가들의 국민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의약품 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이행할 경우 의약품 가격은 지금보다 최소 30% 정도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반면 미국 제약업체들의 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FTA 협상을 통해 한국정부에 대해 이 정책의 추진을 중단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압박해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할 것을 주문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신약에 대한 특허권 기간을 20년으로 하고 있는 것을 영구히 해서 미국 제약업체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는 것이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예로 들면, 현재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은 ‘한 알’에 17,862의 보험약가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만일 한미 FTA 협상에서 이것에 양국이 동의하게 될 경우 25,000원에서 30,000원까지 상향되어서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반면 이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인 노바티스사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항암치료제를 비롯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의약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한미 FTA에 의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의료평등의 실현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에서 이 부분을 제외하게 될 경우 한국의 제약업체들은 지금까지처럼 특허권이 해제된 제너릭 약품(복제 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의약품이 필요한 사람들은 싼 가격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건강권 확보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34%를 점유(2001년 기준)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의약품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더 많은 이익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19일 버시바우 미대사의 보건복지부장관 면담은 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첨가 농산물(혹은 식품)과 광우병 소 수입 등과 관련한 문제를 들 수 있다. 미국은 농산물 수입절차에서 위생검역과 관련해 양국간 공동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공동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쇠고기, 가금류, 유전변형 농산물, 화학물의 잔존량 테스트,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위생검역 정책결정에 미국의 제도적 개입이 가능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창궐할 경우 한국은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이 조항이 체결될 경우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어 지금과 같은 강력한 수입제한조치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옥수수, 대두 등 많은 유전자 변형 물질이 첨가된 농산물과 식품들의 수입이 대폭 증가하게 되어 우리의 먹거리 안전성은 위협받게 된다. 현재도 인체 유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양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들이 수입되고 있지만 정확한 수입량이 파악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학교급식에 이용되는 식재료 중 상당부분이 수입 농산물로 채워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요소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산업별 예상 파급효과

분야

수출증대효과

수입증대효과

국내업계 피해

농산물

제조업

섬유/의류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의약품

서비스

금융

교육

법무/의료

주 : ◎ 영향이 매우 큼, ○ 영향이 있음, △ 영향이 미미, X 영향이 거의 없음

출처 : 곽수종, CEO INFORMATION 제555호, 삼성경제연구소, 2006.5.31, p.5


위의 표에서도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긍정적 결과로 볼 수 있는 수출증대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부정적 결과로 볼 수 있는 수입증대효과와 국내업계 피해는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행한 연구자료에서 조차 이렇게 국내의 피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남에도 청와대는 국정홍보처로 하여금 약 420여 억 원을 들여 한미 FTA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정보를 각종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17개 협상대상 분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위의 사례만이 아니라 협상과정에서 보여주는 한국정부의 비민주성도 문제다. 한국정부는 지금까지 2차 협상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내용이 협상과정에서 협의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측의 협상문 작성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와 각종 관련 이익단체 192곳으로부터 받은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협상에 임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부에 의견을 제시한 192개 단체 중 1~2개 단체만이 긍정적인 의견을 제출하고 나머지 약 190개 정도의 단체는 부정적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위에서든 사례와 함께 협상과정의 비민주성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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