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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바다 / 까뮈

 

두통이 끊이지 않는다. 탐색하기 쉬운 자아, 불량스럽게도 상처를 잘 받는.



나는 바다에서 자라 가난이 내게는 호사스러웠는데
그후 바다를 잃어버리게 되자
모든 사치는 잿빛으로 가난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후부터 나는 기다리고 있다
돌아 오는 선박들이며 물의 집들 청명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지긋이 견디며 있는 힘을 다해서 예의 바르다
사람들은 내가 아름답고 정교한 거리들을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 고
나는 경치에 감탄하고 모든 사람들 처럼 갈채하고 손을 내미는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고 나는 조금 꿈을 꾸며 모욕을 받아도 놀랄까 말까다
그러고 나서 나는 잊어버리고 나를 모욕 하는 자에게 미소짓고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지나치 게 공손히 인사한다
내가 단 하나의 이미지에 대해서 밖에 기억이 없으니 어찌 하겠는가?
남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라고 재촉한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오...>
내가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장례식에서다
나는 정말이지 탁월해진다
나는 느린 걸음으로 고철들이 꽃피듯 널려있는 변두리 동네를 걸어
써늘한 땅구멍들로 인도하는 시멘트 나무들을 심어놓은 대로로 접어든다
거기서 하늘의 붉게 물들었을까 말까한 붕대 아래서
대담한 녀석들이 내 친구들을 깊이가 3미터나 되는 곳에다가 매장하는 것을
나는 바라본다 그
때 흙 묻은 어떤 손이 내게 내미는 꽃을
내 가 던질 양이면 꽃은 영락없이 구덩이 속에 떨어진다
내 신앙심은 정확하며
감동은 어김 없고 목은 편리하게 숙여진다
남들은 내 말솜씨가 적절하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나는 잘난 데가 없다 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실수를 해 서 성공을 놓친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때 나는 혼자인 것을 그리하여 밤중에 잠이 깨어
선잠결에 파도소리가 물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완전히 잠이 깨면 그것이 잎가지 사이의 바람소리와
인적 없는 거리의 불행한 웅얼거림 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 나면 내 비탄을 감추거나
그 비탄에다가 유행하는 옷을 입히기가 내재간으 로는 벅차다
또 어떤 때는 그와 반대로 남의 도움을 받는다
뉴욕에서 어떤 날들에는 수백만의 인간들이 헤매고 다니는
돌과 강철의 우물들의 깊은 밑바닥에서 길을 잃은 나는
그 끝을 찾지 못한 채 이 우물에서 저 우물로 쫓아다니다가 지쳐버린 나머지
마침내는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 사람들의 더미 밖에는
몸을 떠받쳐 주는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나는 숨이 막히고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를 판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예인선이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마른 웅덩이같은 그 도시가 하나의 섬이라는 것을
나의 세례의 물이 속이 빈 코르크들로 뒤덮이고 시커멓게 썩은 채
배터리 공원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내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재산을 남에게 주고 내 모든 집들 근처에서 야영을 하는 나는
그래도 바라기만 하면 만족을 얻고 어느 때고 출범 준비를 하니
절망이 내겐 아랑곳 없다 절망한 자에게는 조국이 없는법
나로서는 바다가 내게 앞장서고 뒤를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광기가 내게 있다
서로 사랑하면 서 헤어진 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지 모르나
그것이 절망은 아니다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눈에 눈물 없이 이 귀양살이를 참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기다린다 어느 날이 와서 마침내

 

가장 가까운 바다 _ 알베르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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