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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모.

고모의 이름은 부르기 쉽게 '진'이 되어 있었다.

15년이 흘렀고, 나보다 세 살 많은 고모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나이 서른 하나에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우리 오빠한테 아이가 생긴 덕에.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 딸은, 지지리도 가난한 아버지가 외로운 미국생활을 견디다 못해 불러들여 어느 날 갑자기 이민을 가게 되었고, 적응하기 힘들어 제몸에 자해까지 하던 사춘기를 지나, 형제가 죄다 의료인인 집안 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달동네에 옹기종기 모여 살다 이제 좀 살만해져 평지로 내려와 한지붕 세가족이 된 친척들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조카이자 사촌의 방문에 한껏 들떴다. 그렇게 약사와 결혼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삼성' 때문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다고 했고, '주몽'이 참 재밌다고 했다.

 

나는 두 돌이 채 안 된 사촌동생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해 뒤통수에 조그만 혹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래저래 친척모임은 싫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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