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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끼

4월 말에 쓴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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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강제철거가 또 한 차례 시도된 풍동은..
확실히 지난 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황량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조직부장을 맡고 계신 할머니를 인터뷰 했다..

풍동 골리앗의 할머니들은 모두 전철연 조끼를 입고 계셨는데,
그게 유난히 정겨워 보여 여쭈었다.

"조끼를 입으시는 것에, 어떤 자부심을 갖고 계세요?"

"그런 거 없어.."

허걱. 정말?
그 순간 옆에 있던 위원장님이 도와주셨다.

"그거 입고 있으면 떳떳하고, 당당하고 그래요?"

아.....

할머니는 '자부심'이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셨던 모양이다..
그것이 할머니께 다가가는 언어로 다시 전달되었을 때,
할머니의 대답은 청산유수로 흘러나왔다..

"나는 요것을 입어가면 든든해.
든든한 마심(마음)이 나는 거야, 내가.
조끼를 입으면 요것이, 내 힘을 실어줘.
그니까 항상.. 자나 누나 항상 입고 있는 거여 요것만."

역전에서 살다가 철거당해 풍동으로 쫓겨왔다는 할머니.
13년을 살았는데 또 철거란다.

"참 팔자하구는 웃기는 팔자지, 더러운 팔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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