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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거의 매년 나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하는군. 나이가 들어서 괴롭다거나 새롭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나이가 한 살 먹을 때마다 스치는 생각들이 있다.

 

영화판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관계를 끊기 전에 (--; 지금은 거의 끊은 거나 다름없다) 한 친구에게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스물 아홉쯤 됐을 때 하는 일이 없고, 네가 영화판에서 꾸준히 버티어 경력을 쌓고 있었다면, 나를 이끌어 줘. 스크립터도 좋고 연출부 막내도 좋아. 한 번쯤은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뭐, 그런 내용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 다만 스물 아홉이라는 적당히 멀고 적당히 막막한 미래에 이런저런 가능성 없는 계획들을 연결지었던 것이다. 지금 또하나 기억나는 건, 한 친구 녀석과 얘기를 주고받던 중, 스물 아홉이 되어도 너나나나 애인이 없으면 같이 살아 보자 했던 거다. (그 녀석한테 애인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재취업은 했나? ㅎㅎ)

 

같이 살아보자거나, 같이 멀리 떠나보자거나, 그런 의미없고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이제 스물 아홉이 된 나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20대는 그냥 흘러갔다. 대학교에 들어갔고, 별 거 아닌 대학생활을 했고, 그즈음의 분위기를 타고 휴학이다 뭐다 졸업도 늦게 했다.(지금 생각하면, 걍 7학기만 다니고 졸업은 일찍 할 걸 후회막급이다.) 사랑했고 이별했고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뭔가 늘 동경하던... 그런 일을 하게 됐고 한동안은 열심히, 온마음으로 푹 빠져 있었다. 신념은 있었지만 부족했고 얕았고 좁았다. 하지만 때로 승리하거나 성취했고, 그 기억은 나를 이 곳에 붙잡아 주었다.

 

잠시 멈추어선 지금,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는 일은, 영영 쉽지 않을 그 일은 나를 더욱 막막하게만 할 뿐이어서 덮어두기로 했다. 일단은, 덮어두기로. 해가 바뀌어 다시, 거의 새로운 한 시기를 뛰어야 할 때 나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거다. 그 상황은 아마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구하고자 하는 답은 늘 멀리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이상한 낙관주의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부딪치는만큼, 나는 혼자가 아닐 거다.

(어차피 혼자인 건 혼자인 거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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