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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초콜릿 /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다. 특정작품의 제목이라기 보다 관용적인 표현이 되어 버린 이 책의 원제는, 'como agua para chocolate'다. 책에는 '초콜릿 끓일 물'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는데,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상태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고 한다. 그것은 주인공 띠따의 삶이기도 하다.

 

제목은 익숙하지만, 영화는 얼마 전에야 보았다. 성과 사랑과 음식과 환상을 연결지은 몇몇 시퀀스가 인상적이었지만 영화 자체는 굉장히 어설펐는데 아마 고등학생 때 봤다면 아주 좋아했을 법한 영화였다. (호도로프스키의 <성스러운 피>도 고교 시절에는 어쩔 줄 몰라할 정도로 반했던 영화인데, 대학 때 다시 보니 내러티브가 메우지 못 한 엉성함들이 너무 많아 실망했었다.)

 

피식거리면서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난 후(사실 참 재밌는 아이디어다. 20여년 만에야 아무 거리낌없이 만나게 된 연인이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다가 남자가 죽고, 이윽고 여자는 성냥을 씹어 자신도 불을 내어 환한 터널로 들어간다는.. ㅎㅎㅎ 영화를 보면 더 웃긴데, 소설에서는 아름답다.), 아무래도 책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그 생각이 옳았다. 움직이는 이미지로는 표현하기 힘든 세밀한 부분들이 문자가 주는 이미지적 심상으로 꽉 차 있었으니까..

 

저마다 몸안에는 성냥이 있어서 언젠가 그것이 타오를 때를 만나게 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일이 이렇게 에로틱한 행위인가 놀라면서도 미소지을 수 있는. 위트 있는 소설이다. 눈물이 섞인 반죽으로 만든 케이크를 먹고 사람들이 슬픔에 겨워하다 단체로 구토를 하거나, 그리움을 담은 요리를 먹은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아무 데나 들어가 그리운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그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창조가 이루어진 날이었다. p.254) 물론 최정점은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지만..

 

처음 발표됐을 땐 정말 독특한 소설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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