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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무게

올해초 갑작스럽게 닥친 '실연'을 겪은 후 얻은(?) 게 있다면

가볍게 생각했던 내 인생과 미래를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잘 따져보지 않았지만

전후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요즘 폭주하고 있다는 감성과학 다큐멘타리 '사랑' 시리즈를 보면서

아... 섹스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해대는데

나는 나이먹고 온갖 자잘한 병치레를 안고 외롭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라는 가벼운(!) 공포를 느껴보다가...

'자잘한 병치레'에서 '외롭게 산다'에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쉽게 위안을 찾곤 했던 '이성에게 쏟을 정열을 주변의 인간관계에 충실하자'는

명제가 30대가 되고나니 더욱 만만치 않은 일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여럿이 모여 술먹고 떠들기보다는 홀로 혹은 자신의 파트너와의 생활을

가꾸는데 충실한 주변인들을 보다 보니, 나역시 홀로 생활을 즐기다가

갑자기 떠들썩한 인간관계를 바란다는게 너무 뻘쭘한 일이 되어버렸다.

 

사무실과 집만을 병행하는 생활을 작년까지는 당연스러운 나의 하루 싸이클로

여겼었는데... 지금은 나에게 '극복해야 할 어떤 것'으로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오이가 새로 살고 있는 집에서 처음 잠을 자봤는데...

낯선 이물감(이질감도 아니고 이물감...)을 느끼면서

내 집이 역시 편하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고정된 하루 싸이클을 반복하게 될 나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싫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고...

오이의 동거녀 짜리가 아침 요가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바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쟤는 나와 다른 세상에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10년 후에도 나는 이런 고민을 하며 제자리를 맴돌며

청승을 떨고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과장된 망상이 아니라 당장의 현실로 닥쳐오는 지금...

 

30대의 무게는 너무 커서, '생활' 자체도 내 어깨를 묵직하게 만든다.

아...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生きることは辛い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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