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제국의 군대, 지배자의 법에 맞서는 황새울의 민중

5월 4일로 노무현 정권은 끝났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를 둘러싸고 노무현 정권이 막가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에 대해 3년 가까이 주민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올해에는 논갈이를 하고 볍씨를 뿌리는 등 농사를 지속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 4월 말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5월 4일 전격적으로 군경을 앞세운 행정대집행과 철조망 설치를 강행했다. 입체적인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정부는 경찰병력 12,000여명, 공병대와 특공대를 포함한 군병력 3,000여명, 용역 1,000여명에 이르는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물리력을 동원했다. 항의하는 주민들과 평택지킴이들을 두들겨 패고 짓밟고 피흘리게 하였다. 연행자만 524명, 부상자는 200명이 훨씬 넘었다. 물대포와 포크레인이 동원된 대추초등학교 진압, 철거작전은 10여분만에 끝났고 학교 건물은 폐허처럼 무너졌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이 작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했다. 더욱이 5월 5일 범국민대회 이후 철조망을 걷어내고 들판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군인들은 곤봉을 (국방장관은 5월 8일에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이 때 군인들은 곤봉을 들고 있었다!) 휘둘렀고 일부 참가자들을 마치 적군 포로 다루듯이 제압하고 포박했다. 경찰은 밤늦게 대추리 마을을 다시 습격하여 100여명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해갔다. 군인들이 대규모로 폭력을 휘두른 사태는 평택을 제2의 광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보수언론은 한 목소리로 5월 4,5일의 사건을 “공권력과 국가 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명 가운데 16명만이 구속되었을 정도로 검찰은 구속영장을 남발했다. 이 사태를 국가폭력의 ‘광기’가 아닌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은 주먹으로 우격다짐을 하면 주민들을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5월 4일로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 종말을 고한 것이요, 파산선고를 내린 것이다. 대추초등학교를 박살내고 주민들의 가슴에 철조망을 친 그 날은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다.



폭력과 협박, 계엄령과 공포정치




결국 평택에 군부대를 투입한 윤광웅 국방장관은 군과 민간인이 충돌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더니 충돌이 있고 나서는 급기야 민간인도 군형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초병폭행죄니 군사시설 손괴죄니 하면서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세우겠다는 섬뜩한 말을 늘어놓았다. 가히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과 으름장이다. 실제 적용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 저항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치졸한 수작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현재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는 계엄령이 내린 것처럼 출입이 통제되고 경찰병력이 수시로 헤집고 다닌다. 군대도 동원하고 유혈진압을 한 마당에 못할 것이 없어진 국가권력은 아예 주민들의 삶을 질식시켜 이번 기회에 ‘속전속결’로 미군기지 확장의 장애물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다.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늘상 폭력과 공포를 수단으로 휘두르지만 공포정치는 대부분 민중의 반역으로 막을 내렸다는 역사의 가르침은 권력이 무너지고 난 이후에야 저들은 깨달을 것이다. 전두환의 얼굴에 노무현의 얼굴이 겹쳐지고 군사독재가 신자유주의 독재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평택이 가르쳐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몽골 등 3개국 순방을 떠나면서 평택의 불법시위와 폭력은 용납하지 말고, KTX 여승무원처럼 선거기간을 이용해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에 엄정 대처하고, 한미 FTA 원정시위도 불법이므로 정부는 어떤 보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마디로 정부가 하는 일에 딴죽을 걸면 재미없으니 알아서들 하라는 소리다. 평택 민중들이, 비정규노동자들이, 한미 FTA 반대운동 단체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행동을 하는지는 관심 없고 오로지 그걸 틀어막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제국의 군대와 지배자의 법에 맞서는 황새울 민중


애초 미군에게 349만평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정부는 5,000만평 이상을 돌려받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군이 ‘선제공격전략’에 의해 전 세계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면서 평택을 동북아의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계획인 것이다. 최근 미-일 군사동맹 강화방안이 절충되어 합의되었는데 이는 원래 미국이 일본에 광역사령부를 설치해 동북아,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이르는 지역을 관할하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즉 미일 군사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한편, 한반도의 미군을 평택으로 집중시켜 그 보조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며, 동아시아나 그 외의 지역에 분쟁이 발생하면 한반도의 미군을 언제든지 출동시키게 되어 한반도가 그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국의 군대는 평택에서 몸집을 더 불리고자 하는 것이고 한국의 지배자는 이를 사활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평택 황새울의 민중들은 이러한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동의해 준적도 없다. 일제에 의해 쫓겨나고 해방 이후 미군에 의해 다시 쫓겨난 주민들을 또 쫓아내겠다는 제국과 지배자의 횡포를 어떻게 두 눈 뜨고 가만두겠는가! 주민들이 개간해서 땅을 만들고 논을 가꾸고 학교를 만들었으니 황새울은 주민의 것이다. 빼앗아 가는 것에 저항하고 생명과 평화의 삶터를 지키는 것이 민중의 법이다.



백성이 살려내는 민주주의


민중의 삶터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린한 타락한 자유주의자들, 더 강하게 짓밟으라고 호통치는 검은 머리 미국 신민들은 군대와 경찰이 피해입은 것만 눈에 보여 피흘리는 백성의 상처와 고통은 보이지 않고 그 통곡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외부의 불순세력이 반미를 선동하고 있다고? 국방부와 군대, 경찰이 외부의 불순세력이다. ‘반미꾼’이 문제라고? 평택 주민들이 이미 온몸으로 보여주는 반미에 오히려 소위 반미꾼들은 배운다고 한다. 공권력의 위신이 추락했다고? 군경이 평택을 짓밟아 민중을 적으로 돌린 그 순간 공권력은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법과 절차를 무시한 불법행위라고? 민주주의는 그 잘난 강제토지수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추초등학교를 지키려는 지킴이들의 스크럼, 600일이 넘도록 밝혀온 촛불, 군용차 앞에 드러눕는 주민들의 행동에 있다.

도두2리 이상열 이장님은 언젠가 촛불집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가 없는겨. 미군이 있는 한 민주주의가 안와. 민주주의가 뭐여. 백성이 주인이라는 거 아니여. 책상머리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하는 저눔들은 머슴이란 말이여, 머슴. 머슴이 주인행세를 허면서 민주주의라고 앉았으니 될 일이여. 우리가 인자는 그 민주주의를 민주화해야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죽여버린 민주주의를 백성들이 살려내고 있다. 평화적 생존권을 지켜내려는 황새울 주민들이, 인간다운 노동과 삶을 원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고삐풀린 자본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 FTA에 맞서 저항하는 민중들이 주인의 길을 가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