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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손 짤리는 이주노동자들

'스탑 크랙다운 밴드' 공연에 항상 빠지지 않는 곡이 '손무덤'이다.

마치 옛날 민중가요 '짤린 손가락'의 이주노동자 버전과도 같다.

그런데 굉장히 비트가 빠르고 경쾌해서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내용을 신경쓰지 않기 쉽다.

"프레스에 짤린, 싹둑 짤린 내 손을 눈물로 묻어 버리고.."

그래서 얼마전에 보컬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노래 하기 전에

짧게라도 노래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손무덤 (시:박노해 작곡:소모뚜)

피 쏟는 잘린 손목을 싸안고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에 갔네

사장 좋은 차는 작업복 나를 싫어해

사장 하얀손 기름묻은 나를 싫어해


기계 사이에 끼어 팔딱이는 손을

비닐봉지에 싸서 품에 넣고서

화사한 봄빛이 흐르는 행복한 거리를

나는 미친놈처럼 한없이 헤매 다녔지


품속에 든 손은 싸늘히 식었어

푸르뎅뎅한 그 손을 소주에 씻어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었네

노동자의 피땀을 위해서


프레스로 싹둑 싹둑 잘린 손을

눈물로 묻어 버리고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눈물로 묻었네

 

한국 노동자들 역시 지금도 지긋지긋한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훨씬 더 심각하다.

 

작년에 오른 손 검지손가락 끝이 잘린 이주노동자 A. 손가락을 접합했지만

신경이 통하지 않아 끝마디는 굽히지 못한다.

네팔 출신 T는 최근에 왼손 검지와 중지가 프레스에 잘렸다. 프레스 고장이었다.

입원해 있는 병원에 다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출신 F는 회사 체육대회에서 무릎을 다쳐서 아직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서 물이 차곤 한다.

파키스탄 B씨는 공장에서 일하다 유리에 다쳐 팔의 힘줄이 많이 나갔다.

 

이주노동자들이 다쳐도 회사에서는 별 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해야 치료비를 준다. 산재를 해주면 회사에서도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러는 치료비도 제대로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장은 '위험지역'이다. 어디 다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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