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청소년들의 외침

지난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님, 배에 탄 친구들은 왜 한 명도 살아오지 못 했나요”라는 구호 아래 4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추모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배가 완전히 뒤집히기 전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않은 정부와 이를 왜곡 보도하는 언론을 향한 청소년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어 8일에는 광주 금남로에서 청소년 200여명이 모여 ‘청소년 추모 촛불’이 개최되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전원 구조된 줄 알았던 세월호 탑승 단원고 친구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현실을 규탄하며 박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또한, 9일에는 안산시 고교 학생회장단 연합회 주최로 “미안해, 잊지 않을게, 행동할게”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규모 청소년 추모집회가 열렸다. 200여명 청소년들의 안산시가 행진을 시작으로 안산문화광장에는 촛불을 든 청소년이 무려 3,000명이나 결집했다. 3,000명이면 안산시내 고등학생의 1/3이 참여한 규모로 안산시 24개 고등학교에서 빠짐없이 추모집회에 참여한 것이라고 한다. 이날 추모 집회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을 엄숙하게 애도했다. 또한, 대참사극을 벌인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잊지 말아주세요’를 간절히 외쳤다.

청소년들의 추모 집회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일 토요일에는 서울에서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청소년 추모의 날’을, 의정부에서는 의정부학생회장연합회 주최로 1,000여명이 모여 ‘5.10 세월호 촛불 집회’를 각각 열고 추모 행진을 가졌다.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정말 ‘가만히 있다’가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수장돼 버린 단원고 친구들을 대신해 ‘이제 다시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있다. 주말마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교복 입은 청소년 대열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세월호 희생 학생 추모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외침은 일관돼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시늉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과 전혀 달리 마치 대대적인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양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며 권력에게 아부하는 언론을 향해 ‘기자 쓰레기’의 줄임말인 ‘기레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제발 사실만을 보도하라고 외치고 있다.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들의 죽음이 잊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게 하는 것을 반대하며 ‘잊지 않을게’를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호소하고 항변하는 청소년들에게 “미안하다,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 물려줄게”라고 답해야 할 집권층 인사들이 ‘일당 6만원 받고 동원됐다’느니, ‘종북 단체의 사주를 받았다’느니, ‘촛불 집회에 나가면 징계하겠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무책임하고 거짓말만 일삼는 인사들에 비해 우리 청소년들은 훨씬 건강하고 어른스럽다. 한 여고생은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우리가 스스로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국민이 되자.”고 발언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항변을 스스로의 주체적 각성과 성숙한 다짐으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