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특검과 청문회, 반드시 실시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진도를 방문한 4월 17일 다음날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20일 새벽에는 청와대로 가겠다며 10시간 동안이나 야간시위를 했다. 박 대통령이 5월 4일 진도를 재차 방문하여 책임자 엄벌을 약속했지만, 다음날 가족들은 특검과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사고 발생 후 20일이 지나도록 대통령과 정부는 유가족들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했다
 

가족들은 특검과 청문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에서 사고 첫날부터 구조할 수 있음에도 안 하면서, 회의와 브리핑만 하고 사진만 찍어대는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아이를 잃고 경황이 없는 중에도 진실을 왜곡하고 ‘전국민 장례축제’처럼 생색을 내는 정부의 ‘사기극’에 분노한다고 했다. 짧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침몰 당시의 진실을 기록했던 학생들의 동영상을 보며 피가 거꾸로 치솟는 고통을 느낀다고 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 “야~헬리콥터 보인다”며 어른들을 믿고 선실에서 대기하던 아이들이 ‘하늘에서나마 다 같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아직도 40명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동시에 가족들의 특검과 청문회 요구도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그동안 언론은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한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게 초점을 맞추고 보도해왔다. 유병언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해외 은닉 재산까지 앞다퉈 선정적으로 보도했지만, 도대체 사건 발생 시각은 언제인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선장과 선원의 이기심, 돈벌이에 혈안이 된 선박 사업주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객선 운용 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해운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폐기 직전의 배를 수입해 들여왔고, 이윤 추구를 위해 무리하게 증축하고 과적 운행하며, 과적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평형수를 1/4 밖에 채우지 않은 것은 사고를 잉태한 요인이다. 그러나 가족과 국민들이 더욱 궁금한 것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과 함께 살릴 수 있는 승객들을 죽게 만든 부실 구조 대책이다.

왜 평상시 다니지 않던 맹골수도로 들어왔는지, 왜 위험한 맹골수도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는지, 그런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할 진도해상관제센터와 세월호 사이에 왜 교신 내역이 없는지, 배가 20~25도 기울면 더 이상 복원력을 상실한다는데 50도나 기운 상태에서야 최초로 교신이 이뤄졌는지, 왜 인근의 진도가 아니라 90킬로미터나 떨어진 제주해상관제센터와 교신을 했는지, 교신록이 조작되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인지, 그 무엇 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 선장과 선원들이 구속된 지 보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의혹만 난무할 뿐이다.

또한 사건 초기 해경은 왜 늦게 출동했는지, 출동한 후에 배를 빠져나온 사람들만 구조하고 선실 속에 갇힌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당장 바다 속에 뛰어들 UDT, SSU 요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딘이 올 때까지 구조를 미룬 까닭이 무엇인지, 정부의 공식적 설명이 없다. 이러니 가족들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다.

진실은 하나도 밝히지 못하면서 ‘유언비어 유포’는 엄벌에 처하겠다는 정부, 유족들도 없는 분향소에서 조문 연출 정치쇼나 하는 대통령, 이 와중에도 ‘박심’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 분노한 민심을 대변하기는커녕 관제야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새정치연합, 그 어느 곳 하나 의지할 데 없는 유족들로선 특검과 청문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을 터다.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상징하는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의 애도와 분노가 들끓고 있다. 연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와 규탄행진이 개최되고 있다. 애도로 끝내서는 안 된다. 기다리라는 말을 믿었다가 피어보지도 못한 죽음 앞에서 진실 규명은 어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