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한 우려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90일 활동시한의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소속 여야 의원 17명의 전남 진도 팽목항 방문으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의 팽목항 방문은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약 35.4km 떨어진 해상에서 일반인 탑승객의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범정부 대책본부의 시신유실 대비 작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여객선 선령제한을 30년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해외의 노후화된 일반 선박이 대거 국내로 유입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2008년 해체됐던 해수부가 지난해 부활했으나 전문 인력과 노하우는 이미 사라졌고, 이것이 사고 초기 골든타임에 효과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부패한 감독기관에 의한 부실한 운항 및 선박 안전관리, 해양사고 위험신호 등에 대한 무대책 등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승무원들과 해경의 잘못된 초기대응, 정부 재난관리시스템 부실 등 정부와 해경 등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정부의 언론통제 및 사건은폐 의혹, 피해가족 및 시민에 대한 부당한 감시와 이준석 선장이 머물던 아파트 CCTV 영상 중 2시간 분량의 삭제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럿 있다. 먼저 증인 채택 문제다.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가 이명박 정부 때의 안전규제 완화 정책이다. 따라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증인 출석은 원인 규명에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경질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이후 인천시장에 당선된 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길환영 전 사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출석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의혹투성이 구조과정을 밝히는 데서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기관장 이름 대신 ‘각 기관의 장이 보고한다’는 국조특위의 문구로 인해 여야간 별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작년에 이미 민간인 사찰 국조특위와 국정원 국조특위가 증인채택 문제로 장기간 공전한 사례를 보았다. 세월호 국조특위에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청와대의 기관보고 공개 여부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는 계획서에 ‘국정조사 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면서도 ‘국가정보원 및 위원회가 결정하는 기관은 비공개’라고 예외를 뒀다.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어서 선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국정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에 대한 정부의 비협조도 문제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이 주고받은 통신녹음 파일과 녹취록에 대한 국조특위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해당 부처는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 일체를 줄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세월호 국조특위는 변죽만 울리다가 활동시한 종료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민심과 동떨어진 집권층의 거꾸로 선 인식이다. 6.4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자고 읍소까지 했다. 그들의 관심은 세월호 피해자들의 아픔과 눈물이 아니었다. 집권층의 박근혜 구하기는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자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보는 거꾸로 선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애초 합의를 어기고 지난 2일 진도 팽목항 방문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심재철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는 ‘대통령 구하기’가 우선이지 ‘실종자 구하기’가 우선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었다. 대통령 구하기가 아니라 아이들 구하기, 실종자 구하기가 우선이라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